적도부근의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이동해 동태평양에 위치한 페루연안의 바닷물온도가 평상시 보다 섭씨 0.5도 이상 올라가는데 이 현상이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엘리뇨 현상이라고 부른다.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해 1년 이상 지속되면 ‘슈퍼 엘리뇨’라고 하는데 현재 동태평양의 수온은 예년에 비해 2.6도 높은 상태로 1997년 이후 가장 세력이 강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각국 기상청·연구기관의 예측,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엘리뇨가 올겨울 동안 최고조로 발달해 1950년대 이래 역대 3위 안에 드는 엘리뇨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기상청 등 연구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약 3개월 주기로 발표하는 엘리뇨 전망에 따르면 열대 태평양 부근의 해양과 대기 모두 강한 엘리뇨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단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생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엘리뇨가 발생하게 되면 이상기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져 페루를 비롯한 남미국가는 강수량이 늘고 홍수를 겪게 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산불이 오랫동안 지속돼 많은 피해를 준 것도 엘리뇨로 인한 가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엘리뇨의 직접적 영향권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간접적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등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기상청은 엘리뇨 감시구역의 10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를 넘는 강한 강도로 지속됐고 올겨울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금년 겨울날씨는 엘리뇨로 인해 수증기가 많고 따뜻한 남풍이 한반도 쪽으로 불어 온화하고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극의 해빙도 많이 녹은 상태라 겨울철에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포근하다가 한파가 닥치는 이상기후가 전망된다.

엘리뇨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 유라시아 대륙 눈 덮임 등의 다양한 요소들도 있으므로 앞으로 지속적인 기후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겨울 가뭄과 홍수 등 극심한 기상 대란을 동반하는 슈퍼 엘리뇨가 예고된 가운데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 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엘리뇨로 인해 농작물에 피해를 입게 돼 설탕가격 상승과 뉴질랜드의 유제품 생산 축소로 인한 유제품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농산물 관련 가공식품과 공산품 가격도 동반상승하고 광업, 수력발전 등에도 피해를 유발해 경제성장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엘리뇨로 우려되는 가장 큰 재해는 폭설이다. 과거의 경험을 헐씬 뛰어 넘는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곳도 발생 가능한 피해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폭설이 내려도 눈의 무게를 지탱할만한 집이나 건물, 비닐하우스 구조인지 살펴야 한다. 외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눈으로 고립되어도 며칠간 먹을 식량과 물, 비상에너지가 확보되었는지 챙겨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다투느라 눈멀었다고 정부도 함께 눈치 보고 망설일 때가 아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