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시멘트를 사용해 왔다. 피라미드에 사용된 시멘트는 석회와 석고를 혼합했고, 로마시대에는 석회와 화산재를 섞어 사용했다. 1824년 영국에서 석회석과 점토를 혼합한 원료를 구워 거의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시멘트를 만들어냈다.

시멘트는 물질들을 접착시키는 물질을 의미하지만, 보통 토목이나 건축용도의 무기질 결합경화제를 뜻한다. 이 중 흔히 시멘트로 불리는 것은 포틀랜드 시멘트인데 석회·실리카·알루미나·산화철 등 원료를 적당 비율로 혼합하고, 용융·소성된 클링커(clinker)에 석고를 가해 분말로 만든 것이다.

시멘트는 주요 건설자재로서 콘크리트 또는 시멘트를 주원료로 한 2차 제품용으로 사용한다. 시멘트 제품은 슬레이트·기와·콘크리트·전주(電柱)·관(管)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불과 수년전만 해도 서울 외곽에 시멘트공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발 붐이 온 나라를 덮으며 다량의 시멘트가 필요했던 시절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시멘트 입자의 크기가 주로 0.05~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호흡기나 구강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폐 기능을 악화시키고 각종 폐질환이나 진폐증, 위암 및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고, 순환계를 통해 심장, 간, 비장, 골수, 근육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시멘트 공장에서 생성되는 분진에 구리, 니켈, 크롬, 카드뮴, 수은, 납 등이 함유돼 주변 지역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멘트 제작에 사용되는 원료 및 연료에도 문제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비용절감 차원에서 제철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나 발전소 부산물 석탄재 등을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고, 폐타이어 같은 각종 산업 폐기물 및 부산물 등을 보조연료로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고효율 집진시설을 설치하기 전엔 더 많은 양의 시멘트 분진이 배출됐을 수 있다. 설상가상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4개 시멘트 업체가 석탄재 폐기물을 일본에서 반입하는 대가로 일본 측에서 받은 지원금이 총 16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500여만톤의 석탄재가 남아도는 마당에 방사능 검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산 석탄재를 보조금을 받고 수입한 것이다.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삼척의 4개 시멘트회사 공장 인근 주민들이 걸린 진폐증에 공장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3년 환경부의 배상 결정에 이어 사법부도 지역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시멘트 업체들은 당시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했고 배출기준 등을 준수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최근 판결에서 재판부는 공장 배출 먼지에 장기간 노출된 탓에 진폐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에 합의하고 실천이 시작됐다. 너 나 없이 미래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이때, 문제를 저지르고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업체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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