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대단히 위험한 물질이다. 과거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판에 고기를 구어 먹었어도 아무 일 없었다며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사람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석면의 일반적인 크기는 1~5㎛로 머리카락 크기의 1/5,000 정도인데 호흡에 의해 인체에 흡입될 경우 10~40년의 오랜 기간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양, 석면폐암, 석면폐등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억2천5백만명이 석면에 노출되어 있으며, 연간 9만명이 석면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1987년부터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석면은 자연계에서 산출되는 섬유상 규산염 광물을 총칭하며, 구성성분에 따라 백석면, 갈석면, 청석면 등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1970년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건축자재(82%)와 브레이크라이닝 등 자동차부품(11%), 섬유제품(5%) 등에 주로 사용됐다.

정부는 2007년을 석면안전관리 원년으로 선언하고 교육부, 국방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이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2009년엔 국내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 제정, 2011년 석면안전관리법 제정에 이어 2013년부터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차 ‘석면관리 기본계획(2013~2017)’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석면관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는 올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2016년이 시작되자마자 서울의 A여자대학교와 과천시 소재 공사 현장에서 석면문제가 또 떠올랐다. 석면철거가 완료됐다는 A여대 작업현장에서는 석면폐기물이 발견돼 본관을 폐쇄했다.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을 의뢰한 결과 1급 발암물질 백석면은 기준치의 3배가 넘는 3%가 검출됐다. 더 큰 문제는 여전한 ‘석면안전의식 부재’ 현상이다. 현장조사 당시 A여대 본관 건물은 석면철거가 끝났다며 출입을 허용한 상태였는데 곳곳에서 석면천장재 조각이 발견됐고 석면에 오염된 철골 구조물과 시설물 청소도 없었다.

석면오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이중 비닐과 석면이 의심되는 철골구조물들이 안전장치 없이 외부로 반출됐다. 석면자재가 사용된 건축물의 건물주와 관리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석면관련 의무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경기도 과천시 00초등학교 옆 B아파트 철거현장의 경우 민원 제기에 따라 시공사 측이 현장설명회까지 개최했지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공사는 석면 비산 우려가 매우 높은 베란다 창문에서 기준치의 8배인 8%나 되는 백석면이 함유된 석면 칸막이재를 철거하면서 비산방지시설을 하지 않았다. 철거현장의 석면이 섞인 먼지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압력을 유지하는 음압시설에 대한 대기모니터링 작업도 계획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 1군 건설사의 석면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사회적 책임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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