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짧지만 복잡한 현대사를 돌아보면 오늘날 수많은 외국인 젋은이들이 열광하는 세계 경제문화대국으로 성장한 사실은 새삼 신기하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 한 걸까. 경제학자들이 이런 저런 분석을 내놓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양적성장은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90년대 말까지 이어졌다. 살림살이는 풍족해졌고, 민주화 열기는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자유를 외치면서 개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0년대에는 기후변화와 녹색성장(Green Growth), 저탄소경제가 부각되면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 창출이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SNS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실시간대 정보를 교류하는 지구공동체 시대도 열렸다.

작년 세계가 합의한 신기후체제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가 본격화되면서 모든 주체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수십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시민정신이 보이지 않는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늘어나면서 사회갈등 또한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소득양극화, 저출산, 자살, 청년실업, 고령화 사회와 노인 빈곤 등 함께 짊어질 어려움 역시 진행 중이다. 경제를 비롯한 정치, 외교, 사회 등 여건이 악화되면서 대한민국에 맞는 지속가능한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연 무엇부터 손대야 할까.

쿠부치 사막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550㎞ 떨어진 중국 내몽고 자치구 다라터치에 위치한 이동형 사막이다. 과도한 개발과 무책임한 방목 등으로 사막화가 진행중이다.

한반도로 불어오는 황사의 40%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정부도 손 놓고 고개를 저을 정도로 대책이 없는 황무지였다.

15년 전 이곳엔 나무 한그루 없었고, 모래바람이 뒤덮으면서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두 가구만 남기고 모두 떠나버렸다. 그런데 이곳에 희망을 갖고 심겨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자라나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벌레가 오고, 도마뱀이 오고, 새가 오고, 관광객이 오고, 주민들이 돌아왔다. 생명이 사라졌던 사막에 생태문명의 문이 열리고 있다.

더불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들이 함께 땀 흘려 나무 심고, 환경보호와 문화계승을 공통 관심사로 붙들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신념을 갖고 심은 나무 한 그루였다. 지난 15년간 기적같은 변화를 일궈낸 미래숲 권병현 대표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해가고 있는 이들로 인해 앞으로 쿠부치는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까 자못 궁금하다.

젊은이들은 국가라는 울타리를 넘어 실시간대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한민국을 열어갈 주역인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정신과 도전이다.

불안과 염려를 내려놓고 옳다고 믿는 일에 첫 걸음을 내딛도록 기성세대들이 격려하고 이끌어야 한다. 사람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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