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새 수없이 많은 화학물질들이 생활 속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10만 종이 넘는다고 하니 문명세계에서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화장품에도, 치약에도, 주방세제에도, 아이들 장난감에도, 물티슈에도 화학물질은 포함돼있다. 문제는 이런 화학물질들이 피부나 입, 눈, 코 등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내분비계, 생식계, 호흡기계 등에 많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의 경우 화학물질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산모라면 선천적 기형, 저체중, 조산 같은 문제까지 겪을 수 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화학물질은 약 4만 2800건인데 이중 안전성이 확인된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같은 황당한 일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자연성분 제품, 유기농 제품 같은 고가품들로 대체할 수 있지만, 힘없는 서민들의 경우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국민들이 가장 많이, 자주 사용하는 화학제품부터 시작해 국가가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국민 생활 속에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근거자료들을 많이 만들고 널리 홍보해야 한다.

정부의 기준설정과 규제도 필요하지만, 생활 가운데 화학물질을 덜 사용하고 선택에 주의하는 자발적 실천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기후변화심각, 물 부족과 수질오염, 화학물질 유해성 등 이슈들을 아무리 외쳐도 외모를 우선시하는 지금 같은 사회분위기에서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샴푸 사용을 줄이자는 ‘노푸(NoPoo)' 캠페인도 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관심을 끌지 못한다. 1주일에 한번만이라도 샴푸대신 물을 사용해도 많은 물 사용과 수질오염을 줄이고 피부건강도 개선할 수 있다.

최근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 15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 전수조사와 안전성 검증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위해성이 우려되는 생활화학제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해 제품의 화학물질 성분도 조사,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금년 내 모든 위해우려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살생물질이 함유된 공산품 일체로 조사와 안전성 검증을 확대하겠단다.

당연히 환영할 내용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에서 국민들의 실생활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중고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도 너나없이 화장을 하는 세태다. 이들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더 건강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맞다. 규제만이 다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안전하고 저렴한 제품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화학물질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고 실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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