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선흘곶자왈 안의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은 반려돼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사)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3일 공동성명에서 “내일(24일) 선흘곶자왈 안의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심의회가 열린다”며 “1차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서 문제점이 지적되어 재심의 결정된 이후 이번이 2번째 심의회다. 그런데 최근 1차 심의회에서 지적된 것을 보완한 심의의견 보완서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은 조천읍 북촌리 산 51번지 인근, 약 150,000㎡의 부지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성명은 “사업예정지는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선흘곶자왈이 이어지는 곳이며, 람사르 습지이자 제주도지방기념물인 ‘동백동산’과는 1km, 제주도지정 기념물 ‘선흘리 백서향 및 변산일엽 군락지’와는 불과 3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자 세계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만 서식하는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도 사업부지 내에서 2곳이 발견된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연기념물 두견이, 흰배지빠귀가 발견되었고 멸종위기야생생물인 긴꼬리딱새(삼광조)는 이곳에서 번식이 추정될 정도로 숲이 울창한 곳”이라며 “이 사업이 지난번 심의회에서 재심의 판정을 받은 것은 이러한 지리적 위치와 생태적 우수성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사업자는 제주고사리삼 보전대책으로 서식지 주변에 울타리를 치거나 제주고사리삼을 이식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섬처럼 존재하는 서식지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며 “ 제주고사리삼이 서식하는 건습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주변 숲과의 끊임없는 관계와 생태적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제주고사리삼이 세계에서 이쪽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것은 선흘곶자왈 안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습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며 따라서 “제주고사리삼을 이식한다는 발상은 당장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 전, 사업부지와 인접한 묘산봉관광지구 개발 사업이 논란일 때도 사업부지내 60여 곳의 제주고사리삼 군락지에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거나 이식한다는 계획을 제출하여 사업은 승인되고 말았다”고 지적한 성명은 “울타리를 친 제주고사리삼 군락지 주변은 골프코스였는데 과연 현재도 제주고사리삼이 살아있을까? 숲과의 고리가 끊어진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보완서에서는 사업부지가 곶자왈 지역인지 아닌지에 대해 기존 도내 곶자왈 연구자료만 참고하여 곶자왈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제주도에서 발주한 ‘곶자왈 경계 조사 사업’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에 있다”며 “그런데도, 몇몇 연구자료만 제시하며 곶자왈이 아니라고 서둘러 판단한 것은 곶자왈 경계 조사 결과에 대한 사업자의 부담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그만큼 사업지가 곶자왈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곶자왈 경계 조사 사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업 절차를 미루어야 한다”며 “곶자왈 경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이 지역이 곶자왈 지역으로 확인될 경우 채석부지에 대한 입지 전면 재검토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지구에 대한 생태계 등급 저평가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사업지구는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 중 생태계보전지구 4-1등급 및 5등급으로 평가되어 있지만 현장 조사결과 종가시나무 2차림으로서 충분히 3등급에 비견되는 면적을 포함하고 있어 상향조정해야 할 지역으로 꼽혀왔다”며 “녹지자연도 등급 산정기준도 너무 낮추어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녹지자연도 등급기준을 보면 6등급은 조림지, 7등급은 2차림-A(유령림), 8등급은 2차림-B(장령림), 9등급은 자연림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사업부지는 녹지자연도 7, 8등급에 해당하는 식생이다. 그런데 보완서에서는 6등급을 상록활엽수 2차림, 7등급을 상록활엽수림으로 구분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곶자왈은 1960-70년대까지 훼손된 이후 나무의 잘린 가지에서 맹아가 자라면서 울창한 숲으로 스스로 복원된 2차림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실이 곶자왈의 가치를 더해 주는 것”이라며 “보완서의 기준에 따르면 아무리 식생이 우수한 곶자왈이라도 2차림이라는 이유로 6등급을 넘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2차림을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식생의 현재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생태자연도 2등급지역이 제척되는 면적도 사실상 제주고사리삼, 대흥란 등 법정보호종의 보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제척하는 면적일 뿐 나머지 생태자연도 2등급지역은 그대로 채석 예정부지에 포함되어 있다”며 “인접한 백서향 및 변산일엽 군락지에 대한 보전대책도 공사 시, 살수와 방진덮개를 하겠다는 하나마나한 대책만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 선흘곶자왈은 10여 년 전, 묘산봉관광지구 개발로 인해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동백동산 옆으로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라며 “이번 채석장 사업마저 이번 심의회에서 통과된다면 선흘곶자왈은 그야말로 ‘동백동산’만 섬처럼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성명은 “보완서는 말 그대로 보완에 불과하다. 1만년의 세월을 두고 만들어진 선흘곶자왈의 원형은 사업이 진행되면 결국 사라지고 만다. 당장의 골재수급을 위해 1만년의 시간과 울창한 숲, 습지, 수많은 생명을 버려야 하는가?”라며 “24일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서 이 사업은 반드시 반려돼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심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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