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나영호 기자 =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지하철 스크린도어 센서를 스크린도어 안쪽이 아닌, 승강장에서도 수리‧정비가 가능한 ‘레이저센서’로 전면 교체해, 구의역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60억원을 투입해 장애 발생이 많았거나 가능성이 높은 2호선 등 총 53개역(스크린도어 3992개)을 레이저센서로 교체하고, 2018년까지 235억원을 투자해 1호선과 3~9호선 나머지 235개 전체 역(스크린도어 1만5662개)도 단계적으로 레이저 센서를 도입한다.

 

탑승객 비상탈출 안전도 강화한다. 고정문을 상시개폐가 가능한 비상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2021년까지 1~8호선 전체 역사에 연차적으로 광고판 철거 및 고정문 교체를 추진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지나친 효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 사람이 우선되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람 중심의 노동존중특별시’ 가치를 행정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민간위탁은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종사자의 고용승계를 의무화하고, 상시‧지속업무 종사 비정규직 근로자는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해 정규직화한다. 당초 직영으로 추진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효율화 관점에서 민간위탁 비정규직(2년마다 계약)으로 전환된 ‘수도계량기 검침‧교체원’ 428명은 7월 중순부터 시설관리공단에서 직고용한다.

 

‘생활임금제’도 서울시 민간위탁까지 확대한다. 350개 민간위탁 사무 중 생활임금에 미달된 급여를 받고 있는 35개 사무에 대해, 17개 사무는 올해 7월1일부터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나머지도 2017년1월1일부터 도입되도록 추진한다.

 

박원순 시장은 30일 ‘시민안전 탈바꿈, 두 번째 약속이행 시민보고회’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6일 첫 번째 시민보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추진상황과 후속 조치계획 등 4대 분야를 내놨다. 4대 분야는 ▷기 발표 대책들의 추진상황 및 후속 조치계획 ▷레이저센서 전면 도입을 통한 스크린도어 안전사고 원천 차단 ▷산하기관 안전 분야 외주화 실태조사 결과 및 산하기관 안전분야 직영 전환 ▷사람 중심의 노동존중특별시 강화 비전과 의지다.

 

첫째, 서울시는 지난 16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발표했던 ▷지하철 안전 분야 업무 직영전환 ▷전적자 처리 ▷유진메트로컴 재구조화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먼저 지하철 양공사 안전 분야 7개 업무 직영 전환과 관련해서는, 서울메트로 이사회에서 17일 핵심 안전분야 직영 전환을 의결했고, 6월20~21일엔 지하철 양공사가 참여하는 직영전환 전담 TF 구성을 완료했다. 7월 중순까지는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고, 8월부터는 ‘안전업무직’을 신규로 공개 채용할 예정이다.

 

기존의 ‘전적자 재고용 배제’라는 기본원칙하에서, 법적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법률검토전담반’을 구성(6.20)했다. 개인별 근무실적 조사, 법적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9월 말까지는 전적자 개인별 조치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진메트로컴과는 지난 15일부터 PSD 유지·보수업무 일원화와 기본수익률 조정 등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향후 구성될 사업재구조화 TF가 주축이 돼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시민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합동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현재 구의역 사고에 대한 사고경위 및 원인 파악을 위해 위원별 전문분야 현장 조사 등 활동을 전개 중으로, 7월 말에 조사 결과를 시민보고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 레이저센서를 전면 도입해 스크린도어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한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2호선 등 53개 역사, 2018년까지 1~9호선 나머지 235개역을 교체할 예정이다. 레이저 센서는 출입문 기준으로 좌·우 한 쪽에만 비상문이 있어도 승강장에서 PSD를 정비할 수 있고 장애발생률도 낮은 편이다.
 

아울러 스크린도어 고정문을 비상문으로 교체하는 사업은 지난 4월 독립문역 등 3개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완료했고, 향후 2021년까지 1~8호선 전체 역사에 대해서 연차별로 교체를 완료할 예정이다.

 

셋째, 서울시 전체 산하기관의 안전분야 외주화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혁신대책을 추진한다. 서울시가 시 산하 21개 투자출연기관 중 지하철 양공사를 제외한 19개 기관의 1942개 전체 외주사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 안전 관련 사업은 778개(전체의 40.1%)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현장방문 등을 통해 면밀히 점검한 결과, 도로시설물 관리 등 대부분의 주요 안전관련 업무는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이미 직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안전관련 외주사업 778개 중 위험도가 높은 업무 74개 가운데 시민·근로자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있고, 위험 작업 빈도가 높은 3개 업무는 직영 전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3개 업무는 서울시설공단의 ‘전용도로 도로전광표지(VMS) 정비·보수 업무(4명의 전문기술인력 확보해 2017.1.1부터 직영화)’, 서울의료원의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의료구급차 운영업무(구조사 4명, 운전기사 4명 확보해 2017.3.25 직영화)’, ‘터널 및 지하차도 관리 위탁사무(장지지하차도 ‘16.8월, 위례터널 ’18.5월 직영화)’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의료구급차 운영업무의 경우, 작년 메르스 사태 시 구급차 운전자가 감염병 확산의 통로가 됐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감염관리시스템에서 누락됐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직영 전환이 의료 종사자에 의한 감염병 확산 차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하철 양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에 대한 전적자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수산식품공사에 19명의 전적자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전적자에 대한 특혜계약 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양공사를 제외한 전체 산하기관 어디에도 전적자에 대한 부당한 특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향후 있을지 모를 ‘전적자 채용 및 특혜’를 차단하기 위해, 직원과 업무를 함께 외주화하는 조건부 계약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특혜성 수의계약, 대가 과다지급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금년 7월에 행동강령에 담을 예정이다. 또한, 인사규정 및 계약·회계 규정을 개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등 처분,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책임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SH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13개 시 산하기관의 안전관련 외주용역 등 778개 사업을 대상으로 7일간(6.22~29) 특별점검을 실시, 여전히 불합리한 계약 관행이 잔존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산하기관-계약상대자 간 ‘갑을관계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적으로 특별점검 결과 적발된 부당계약 조건 10개 항목을 지정해  부당계약을 금지하는 포괄규정을 정관, 행동강령 등에 명시하고, 세부 준수의무를 계약 관련 내부규정에 8월 말까지 명문화할 예정이다. 산하기관별 징계 규정도 개정해 부당행위를 한 직원은 강력 징계한다.


넷째, 민간위탁 종사자 고용승계 의무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확대 등 사람 중심, 노동존중 서울특별시의 행정패러다임을 확산한다. 우선 ‘서울시 민간위탁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서울시 민간위탁 사무는 총 350개, 관련 예산은 1조 393억원, 수탁기관 종사자가 1만4551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근로여건 개선이 안전의 토대라는 인식이 기반이다.

 

종사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고용유지·승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될 수 있도록 표준협약서상 ‘노력’ 규정을 ‘의무’로 강화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직무분석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2018년까지 90% 목표)해 고용안정성을 한층 더 강화한다.


서울시 민간위탁 종사자의 최소한의 생활수준 보장을 위해 2016.7.1부터 민간위탁에도 생활임금제를 도입한다. 적용대상은 350개 위탁사무 중 생활임금에 미달된 급여를 받는 35개 사무 1480명이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산하기관의 외주사업에도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 청소·시설관리 등 단순 노무용역에 대해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11월 이후 신규 계약 사업부터 생활임금 보다 높은 급여가 지급되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실천하는 기업에게 공공계약의 우선권을 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앙정부에 관련 규정 개정 등도 건의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람과 안전’ 앞에 ‘효율과 비용’을 내세우지 않고,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모든 관행과 특권’에 맞서기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사람이 중심이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작은 사고에도 서울시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때까지,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시민들에게 발표하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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