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지난 7월 부산과 울산은 괴담의 연속이었다. 21일 부산과 23일 울산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가스 냄새’를 둘러싼 궁금증과 의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광속으로 번졌다. 영화 ‘부산행’ 흥행과 맞물려 부산발 괴담이 더위를 식히는 납량 특집물처럼 등장한 것이다.
일부 SNS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개미떼 출현 동영상과 사진까지 올라와 고리원전 이상징후, 북한의 미사일 테러,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 여파 등 유언비어까지 나돌아 정부가 진환에 나서기도 했다. 마침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이후라 미스터리 가스가 대지진의 전조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지진의 전조는 정말 있는 것일까? <편집자주>

미스터리 가스냄새는 지진전조 아냐

최근 부산·울산 지역에서 '대지진 전조'라는 소문이 돌았던 가스냄새·악취와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이 각기 다른 원인으로 인한 냄새라고 결론지었다. 또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며, 지진의 전조라는 소문도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국민안전처는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가스냄새와 악취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부산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관련 요인에 대해 논의·분석했다.
서용수 조사단장(부경대 박사)은 "두 지역에서 신고된 내용 속 냄새 묘사와 대기 성분 분석 등을 통해 볼 때 각기 다른 원인에 따른 냄새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울산 냄새민원 발생 당시 대기상태와 민원발생 지역



부취제 이동 중 누출된 것으로 최종판단

부산의 경우 ‘가스냄새’라는 일관적인 표현이 있는 신고자료와 대기확산모델링(CARIS)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부취제’가 차량에 실려 이동되던 중에 누출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신고자를 대상으로 극미량의 부취제 냄새를 맡게 하고, 국내·외 부취제 유출사례 등을 토대로 이 같이 결론내렸다. 부취제는 도시가스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쓰는 화학물질로, 냄새를 통해 가스유출 여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 부산에서 약 0.5ℓ가 유출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서 단장은 덧붙였다.
울산의 경우에는 가스냄새, 화학냄새, 타는 냄새 등 신고내용이 다양하고, 신고 당일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이산화황 등 관련 화학물질 농도가 증가한 점을 토대로 공단 지역의 악취가 평상시보다 인접 주거지역에 보다 널리 퍼진 것으로 판단했다. 

부산·울산지역 미스터리 가스냄새와 악취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지난 8월 발표됐다.



개미떼 이동은 습성에 따른 현상일 뿐

부산 광안리에서 발견된 개미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지진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큰 재난이 있기 전 동물이 먼저 대피한다는 설과 합쳐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개미떼에 대해 김정호 부산 수영구청 도시관리과 해변관리기사는 “여름철이 끝나갈 장마 끝나갈 무렵에 개미가 번식을 하면 날개미가 죽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장마 직후가 번식기인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은 장마가 끝나면 흔히 보는 광경”이라고 답했다.

개미보고 놀란 가슴 온천수 보고 ‘깜짝’

7월 22일 오전에는 뜨거운 온천수가 도로 위로 쏟아지는 일도 발생했다. 동래구 온천동의 한 거리에서 60도 이상의 온천수가 20여 분간 도로 위로 쏟아진 것이다. 이 사고는 온천수가 지나는 배관이 일부 부식돼 20㎜ 크기의 구멍이 생겨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민들은 지진 전조 현상 가운데 하나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에는 미세한 압력으로 지하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부산 온천수 분출의 경우 배관 일부가 부식되며 생긴 구멍에서 온천수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지하수 수위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변할 수 있다"며 "지하수 수위의 변화는 지진의 전조현상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사로도 기록된 지진전(前) 현상들

최근의 사건들은 괴담으로 밝혀졌지만 역사적인 기록으로 보면 지진 전조현상은 괴담이라고 못박을 수만은 없다.
삼국사기와 증보문헌비고에는 779년(신라 혜공왕 15)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 “경주의 못에서 잉어떼가 줄지어 다른 못으로 옮겨 가더니 그 직후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적고 있다. 이때 발생한 지진으로 민가가 무너지고 사망자 100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지진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는 것이다.

쓰촨성 대지진 때 이동한 두꺼비 수십마리

2008년 5월 9일 중국에서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떼 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사흘 뒤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약 9만명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진 사흘 전 목격된 두꺼비떼의 이동은 지진 전조현상으로 주목받았다.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이 지진 등과 연관이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다만 동물이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어 인간이 눈치챌 수 없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고 분석한다.

시민 불안 누적이 지진 괴담의 원인

전문가는 동물의 움직임이 지진 전조일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밝혔고, 쓰촨성 지진이 일어난 같은 해 5월 말 산둥성에서도 두꺼비 떼가 이동했지만,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진의 전조현상인지는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발생한 후에야 어떤 현상이 전조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와 행정의 해명에도 각종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일 울산에서 발생한 부·울·경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과 신고리 5·6호기 허가로 인해 원전 밀집에 대한 시민 불안이 누적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계 당국이 사안마다 제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속하게 현안에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시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온갖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원인 ‘화석연료’

지진발생 위치 및 진도 분포도 <자료제공=기상청>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화산의 75%, 지진은 최대 90%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자연적 이유는 땅속에 있는 암석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균형이 깨지고 이로 인해 지층이 끊어지고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인공적 이유는 화석연료나 지하수의 개발, 큰 폭발 등이다. 태평양의 중앙부에서 약간 동쪽에 중앙해령이라는 바닷속 산맥이 있는데 이 곳에서 지각이 만들어져 태평양의 가장자리를 파고든다. 바닷 속에서 매년 5~10cm씩 지구의 표면인 지각판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 지각판이 대륙판과 만나는 태평양의 가장자리, 즉 불의 고리에서 소멸하는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위험하고 어려운 지진 예측, 인공적 요인 억제하는 것이 먼저

특히 올 봄 들어 불의 고리에서 지진이 잇따르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달 오세아니아 바누아투에서부터 일본 규슈, 러시아 캄차카, 그리고 이틀 전 새벽엔 남미 에콰도르에도 강진이 이어졌다. 화산 역시 최근 한 달 간 멕시코와 알래스카, 일본 열도에서도 잇따라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지진의 발생을 자연현상과 연결지어 미리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적 이유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을 막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한 때이다. 지진 발생의 인공적 이유로 알려진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이용과 지하수 난개발 등을 막는 것이 지진에 대비하는 보다 효율적인 자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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