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만이라도 북한지역 일기예보를 하자
한반도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임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

 

일기예보는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가장 생생히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여행이나 휴가를 포함해 생활을 설계하거나, 경제적 사회문화적 활동을 위해 날씨를 파악하는 일은 이제 필수적인 일상이 됐다. 일기예보를 그냥 접하는 차원을 넘어 그 정확성 여부에 따라 국민감정이 후끈 달아오르고 들썩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일기예보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시대 우리의 삶이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부원장

지상파, 종합편성, 케이블, 인터넷, 인공위성, 라디오 등을 통해 일기예보는 언제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접해진다. 수백 개의 채널을 돌리자면 어느 곳에서건 반드시 일기예보가 있다. 피할 수가 없다. 각 매체들은 시청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한 시청각 자료・정보를 최첨단의 기술과 결합시켜 뽐내듯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기예보의 홍수 속에서 대한민국 국토의 절반인 북한지역은 없다. 공영방송에서 가끔씩 보여주는 평양과 함흥의 날씨를 제외하면, 북한지역은 현재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다. 남의 땅인지, 아니면 누구의 땅도 아닌지 일기예보에서 한반도 허리 이북의 지역은 빈공간의 지도로서만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 명시한 헌법 제3조가 공허한 메아리임이 명확해지는 현실이다.

 

일본과 중국은 영토확장을 위해, 그것이 독도든 남중국해든, 타국의 입장이 어떻든 간에 치밀한 정책과 국내적 여론몰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추진한다. 반면 우리는 우리 땅이었고, 우리 땅이 돼야 하고, 우리 땅으로 하기 위해 헌법에서 못 박은 우리의 절반을 내던져버렸다. 한반도 전체가 언제 하나였든가 중장년층의 기억은 가물가물해져 간다. 북쪽을 결코 체험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에게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만들고 있다. 먼 나라의 지진이나 홍수 보도와 같이 북한 역시 자연재해 때에나 등장하는 먼 나라가 되고 있다.

 

방송매체가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아니 그 많은 매체 가운데 단 하나가 한번만이라도 북한지역 구석구석의 날씨를 전해줘 “아, 저곳이 우리나라, 우리 땅이구나”란 의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몇십 초에 불과할 그 시간이 어떠한 금전으로 환산될 수 있을까. 통일정책, 대북정책, 관련 발표와 연구, 보도와 논쟁,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수많은 행사,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이자 목표가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라는 의식이 아닐까.

 

한반도 전역에 대한 일기예보, 대한민국에게는 상식이다. 상식이 상식이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대한민국의 국민도 헌법 조문에만 존재한다. 소리 없이, 의식 없이 우리의 통일의지는 사라져 간다. 어느 국가도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15년 10월 일본 방위성장관이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이남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를 출병하는데 국제법상 우리의 동의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우리 스스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한 국제적 대북제재에 의해 혹은 다른 이유로 설사 북한체제가 변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향방에 과연 우리의 권리주장은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의 통일 외침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통일 준비,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인식부터 시작하자.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일기예보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전 세계에,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주자.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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