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산양 정밀조사에 밀렵 전과자가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설악산 국립공원 출입기록(출입신청공문), 무인카메라, 현지조사표 등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멸종위기종인 산양에 대한 정밀조사에 전직 밀렵꾼 2명이 참여한 것이 확인됐다.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문제의 두 명은 환경영향평가서(본안)의 연구자 및 조사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용역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참여했다고 유령연구자를 올리더니, 이제는 밀렵전과자가 산양연구조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2015년 12월12일 설악산케이블카 제2차 산양정밀조사에 투입돼 조사를 진행한 밀렵전과자 A씨(앞)와

산양정밀조사연구원(뒤) <자료제공=이정미 의원>



밀렵전과자 A씨가 산양정밀조사에 참여한 시기는 2차 산양정밀조사(국립공원위 조건부 승인 이후 실제 1차 조사) 시점인 2015년 12월이다.

이때 밀렵전과자 A씨는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양양군 공무원과 함께 조사를 실시했다. 밀렵전과자 B씨는 4차 산양정밀조사(국립공원위 조건부 승인 이후 실제 3차 조사)가 진행된 2016년 2월에 산양정밀조사에 참여했다.

통상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현지조사표를 첨부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현지조사표를 첨부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현지조사표를 제출했다. 전직밀렵꾼이 산양조사에 참여한 것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

이 의원은 산양정밀조사와 관련된 출입신청공문과 현지조사표를 비교해 “밀렵전과자 A씨가 연구원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자연환경연구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차 산양정밀 조사계획 공문(2015년 12월)에는 조사인원이 10명이었으나 조사에 참여한 실제인원은 3명에 불과했고 3명 중 1명이 밀렵전과자 A씨이다.

2016년 2월 제4차 산양정밀조사에도 5명 사전등록 후, 실제로는 2명만 조사에 참여했는데, 연구원 1명과 밀렵전과자 B씨가 산양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2차 산양정밀조사에 참여한 3인 중에는 양양군 삭도추진단 공무원 1명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양양군 공무원은 B씨가 연구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는 양양군 관계자와 밀렵전과자 사이에 사전교감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이는 부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지난 9월27일 환경영향평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여했다고 기록한 유령연구자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밀렵전과자 문제가 확인됐다”며 “환경영향평가가 객관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 비판했다. 이 의원은 “환경부 차원이 아닌 감사원, 더 나아가 검찰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산양 정밀조사 수행기관은 한국자연환경연구소(주)이며 밀렵전과자 A·B씨는 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카메라 설치 및 안내 등 조사 보조원으로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A·B씨의 밀렵전과는 모두 10년 이상 지난 것으로, 특히 A씨는 밀렵퇴치 활동 등을 하는 지리산생태보존회 회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서류상 조사인원과 실제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립공원 탐방로 외 지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에 출입 요청을 해야 하고, 이 때 추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참여 가능한 조사자 전체 명단을 제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유령조사원에 이어 밀렵전과자 조사원 문제가 터지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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