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원주지방환경청의 업무 미숙으로 제천 왕암동매립지 오염이 심각해졌지만 지자체와 원주지방환경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느라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제천 왕암동 폐기물매립장은 원주지방환경청이 2006년 ㈜대원인바이로텍을 폐기물최종처리업 허가를 내준 이후 2011년 ㈜에너지드림이 권리의무를 승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4번 대표가 교체됐다.

오염 확산 추정 시뮬레이션 <자료제공=한정애 의원실>



2006년 에어돔 붕괴 및 우수유입이 이뤄져 복구된 바 있지만 2012년 제2차 에어둠 붕괴 및 우수유입이 반복됐고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폐기물매립지 내부에는 약 12만톤의 침출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15년 실시한 정밀조사 결과 페놀, 시안 등 생활용수 기준을 초과한 침류수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염은 약 55m까지 확산됐고 지하수 방향이 남서쪽으로 진행돼 인근의 지천이 미당천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고 폐기물매립시설 하류 8㎞ 지점에 남한강 지류인 제천천이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폐기물매립장 주변 수계 <자료제공=한정애 의원실>



시작부터 잘못된 허가 내줘


원주지방환경청은 2006년 1월9일 매립면적 1만9770㎡, 매립용량 17만3580㎥, 매립용적 17만3580㎥, 매립고 20m로 ㈜대원인바로텍에 폐기물매립장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건설기술연구원이 2005년 11월일부터 2006년 1월까지 실측한 결과 매립용량 및 매입용적, 매립고의 면적과 양이 허가한 것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고 원주지방환경청도 이를 알았지만 행정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후 ㈜대원인바로텍은 이후 2006년 1월26일(자진철회), 2006년 2월13일 두 차례에 걸쳐 매립용량 등에 대해 실측을 반영해 달라고 변경허가를 요청했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은 변경허가 대상(처리용량의 100분의 30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원주청 허가와 건기연의 실측 결과 차이 <자료제공=한정애 의원실>



그러나 2005년 당시 업무처리지침에는 법적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사업자가 요청할 경우 변경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미숙한 업무처리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대원인바로텍의 변경허가 요청을 수리하지 않던 원주지방환경청은 2008년 1차례 매립용량에 대해서 변경허가를 내줬고 2009년 9월에는 허가한 매립량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잘못된 매립허가량을 바로잡기는커녕 사업자만 처벌한 것이다.

이후 사업자는 2010년 3월 ▷매립면적 1만9770㎡를 1만7762㎡로 ▷매립용량 22만4500㎥를 25만9458㎥로 ▷매립용적 17만3580㎥를 24만4772㎥로 ▷매립고 20m를 22.51m로 변경요청했고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를 허가했다.

전체 매립면적을 줄이면서도 매립용적을 늘리고 매립고를 올려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립면적이 줄면 매립용적과 매입용량이 함께 감소하는 것이 상식적이나 매립고를 상승시켜 총 매립량을 증가시켰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업무처리지침을 위반했으며 폐기물관리법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료제공=한정애 의원실>



변경허가 거절하고 행정처분만

당시 원주지방환경청은 사업자의 최초 변경허가 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점과 함께 이후 행정처분 등으로 해당 업체가 어려워져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매립장에 대해 또 다시 매립고를 올려줬다.

원주지방환경청의 이 같은 배려에도 불구 ㈜대원인바로텍 대표는 더 이상 사업체를 유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겼고, 일부에서는 ‘원주지방환경청이 먹튀 당했다’고 비아냥댔다.

한정애 의원은 “원주지방환경청은 사업 초기 매립지에 허가한 사항과 실측이 달랐음을 알면서도 사업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점, 이후 해당 사업자가 변경허가 신청을 했음에도 업무처리지침을 위반하며 수리하지 않은 점, 또한 이미 매립용량을 초과한 매립장을 사업 마무리 및 안정화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매립고를 올려줘 계속해서 매립장이 운영되게 한 점 등 업무처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미 매립이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2차 에어돔 붕괴와 우수유입에 따른 침출수 확산으로 사업 권리를 승계한 사업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환경부, 기재부, 지자체 모두 손 놔

본부인 환경부 역시 무감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환경부가 민원을 접수하고 내부 감사를 통해 원주청의 사업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태가 악화됐음에도 원주지방환경청과 지자체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빠 대책 마련은 뒷전이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제천시가 먼저 공매 및 인수하고 안정화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제천시는 ‘안정화 작업이 완료돼야 인수할 수 있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 내부 문건을 살펴보면 ‘매립장 내부 침출수 8만톤(추정) 처리 곤란 및 환경 사고 우려’ 등 환경사고 발생을 예견하고 환경부에 대책마련을 위한 국비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허락하지 않았고 기획재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7월에도 원주지방환경청과 제천시가 침출수가 유출된 용역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보고서를 제시하며 관련 예산 반영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거절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제천 왕암동매립지 오염은 갈수록 확산돼 인근 수계까지 위협하는 실정이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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