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지난 2015년 UN은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인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SDG)를 발표했다.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실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은 그 비중이 매우 크다. 기업들은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지만 정작 기업의 장기적 목표 설정이나 성과 측정을 위한 노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달 열린 2016 소셜임팩트 콘퍼런스에 참가한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다뤄져야 할 SDG 목표로 빈곤 종식과 교육 보장, 불평등 해결 등이 꼽았다. <편집자주>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롯데그룹, 롯데면세점이 주최한 이번 <2016 소셜임팩트 콘퍼런스>는 빠르게 변해가는 글로벌 이슈와 다양한 사회 현안 속에서 우리 사회 지속가능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UN SDG와 아시아적 가치’를 주제로 다뤘다.

소셜임팩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한 분야 또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기업으로서의 재무적인 성과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명성은 메가트렌드

UN Global Compact를 창립한 게오르그 켈(Georg Kell, Arabesque Partners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이 앞으로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전세계 5천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영지수 평가시스템인 S-RAY에 대한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윤리 전문가인 켈 부회장이 2000년 설립한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구하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세계 160개국 8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를 15년간 이끌어온 켈 전 총장은 퇴임한 뒤 ‘아라베스크 파트너스’의 부대표로 재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가치와 연결짓게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켈 부회장은 “급격한 투명성의 진화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모든 재정과 의사결정구조를 완벽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라베스크 파트너스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연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 공적 책임을 훌륭하게 해내는 기업일수록 성과도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공적 책임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때

이어 기조연설을 맡은 데이비드 갈리포(David Galipeau, UN Social Impact Fund 대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소셜임팩트 투자방식의 변화, 다양한 부문이 결합된 파트너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가 강조했다. 다발 파텔(Dhaval Patel, 임파워 휴머니티 대표)은 아시아에서의 소셜임팩트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역량 구축이 가장 필요하며, 소셜 프랜차이즈와 같은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의 사례발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김보준 롯데면세점 마케팅 부문장은 사회공헌과 SDG를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만든 캐릭터 탱키패밀리(http://www.tankifamily.net/tkfMain.tkf)의 경우를 자세히 소개했다. 대기업과 청년, 중소기업, 지역사회 등이 함께 캐릭터를 이용한 사업을 벌이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일본의 자연재해 보험 등 아시아 사례 소개

Corporate Citizenship Japan Limited 창립자 및 대표인 히로시 아메미야(Hiroshi Amemiya)는 이번 방한에서 히로시 아메미야는 사회 및 환경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물품 구매 시스템과 저소득층을 위한 기후변화 관련 보험 대책에 대한 사례를 강연했다. 그는 NPO(비영리단체) 활동가이자 금융 전문가로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소와 인권, 환경 이슈를 아우르는 지속가능개발 솔루션 제시에 앞장서고 있다.
히로시 대표가 소개한 일본의 솜포재팬니폰 코아 홀딩스 (솜포재팬그룹)는 동남아 농가를 대상으로 한 날씨지수보험을 제공한다.
솜포재팬그룹은 일본 유수의 부동산 상해보험 그룹으로 CSR 활동을 핵심사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SDG를 사업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DG가 도입되기 전 솜포재팬그룹은 BOP시장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을 개발했다. 농업 날씨지수보험(WIIA)로 명명된 이 상품은 솜포재팬그룹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과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다. 최초의 WIIA상품은 2010년 태국 동북지역에 소개되었다. 솜포재팬그룹은 농협은행(BAAC)와 파트너십을 맺어 태국 동북부 지역 영세농가를 대상으로 활동하였다. 이 지역의 심각한 기상 리스크는 벼를 추수하는 7월에서 9월사이 가뭄이다. WIIA의 목적은 이 기간 중 영세 쌀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2010년 처음 도입된 이후 WIIA상품 영업이 진행되었다. 솜포재팬은 이제 미얀마, 필리핀에 유사한 WIIA상품도입을 준비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WIIA의 타당성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WIIA 상품의 목표는 동남아 지역 30,000 영세농가를 리스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효율과 함께 인권 해결한 동남아시아 농장 환경 개선

후지오일그룹은 오일, 지방, 제과제빵 재료, 콩단백 등을 제조 및 유통하는 일본 선도기업이다. 후지오일그룹은 일본에서 SDG를 사업활동에 접목한 선도기업으로 2016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그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여러 유지재료 중 팜유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다. 팜유는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팜트리에서 추출한다. 팜유농가 대부분은 중소업체이며, 일부 중소농가의 비효율적인 농장운영 방식은 환경 및 인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1월 후지오일그룹은 와일드 아시아(NGO)와 공급업체들이 지원주축으로 나선 와일드 아시아 그룹 계획(WAGS)이라는 소규모자작농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 목표는 생산성, 업무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소규모자작농가들(후지오일그룹의 공급망에 참여한 농가들)이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농장경영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이력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은 더 이상 퍼주기식 사회공헌 원하지 않아

중국의 CSR 컨설팅 GM 구오 페이위엔(郭沛源, Guo Peiyuan) 신타오 대표의 발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구오 페이위엔 대표는 중국의 대표적인 CSR컨설팅 기업인 ‘신타오(商道, SynTao)’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General Manager)를 맡고 있으며, 중국 사회책임경영(CSR)과 사회책임투자(SRI)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사회책임경영 전략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컨설팅, 리서치, 교육 서비스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그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다양한 CSR 활동 사례를 소개하고,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및 기업 성장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또한 기업과 지역 공동체, 교육 기관과 정부가 상생하는 친환경 산업 시스템 구축에 대해 말했다.
구오 페이위엔 대표가 소개한 수조우 산업단지 CSR 얼라이언스는 장수성 수조우시에 자리한 산업단지로 산업화 경험을 중국과 공유하기 위해 1994년 싱가포르의 쌍무 프로젝트 형태로 시작됐다. 이 단지에는 약 25,000여 기업들이 입주해있고, 이 중 91개는 포춘 500대 기업이다.

CSR은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단지 내 입주기업에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성장 이후 중국의 산업단지는 대부분 주거지로 포위되어 버렸고, 산업단지 내 기업들은 사업영위를 위한 사회적 허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CSR발전을 위해 SIP관리위원회는 기업 및 NGO와 파트너십을 맺어 CSR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이 CSR 얼라이언스는 지역사회 참여, 기업 자원봉사, 녹색 생산 등 여러 활동을 실시한다. 현재 200개 기업회원에 대한 SIP CSR 얼라이언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말레이시아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마이크로 파이낸싱과 교육을 병행,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 메이뱅크의 경우도 소개됐다.

기업은 더 이상 퍼주기식의 사회공헌 사업을 원하지 않는다. 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꾼 ‘같이가치 위드카카오(with kakao)’, 공동주문을 통해 낭비 없는 생산과 가치 있는 구매를 추구하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농산물 유통 플랫폼 ‘카카오파머 제주’에 이르기까지, 카카오는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 운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SDG 중요성 알고 있으나 구체적 목표 설정 어려워

기업은 스스로 CSR에 미치는 영향을 51.6%로 평가했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와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기업 SDGs 대응 현황 및 인식조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SDG(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기업의 장기적 목표 설정이나 성과 측정을 위한 노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경영층의 관심과 참여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시아에서 다뤄야 할 SDG목표로는 빈곤 종식, 교육 보장, 불평등 해결 등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2016 SIC 주최측은 “CSR의 지속가능한 모델, 소셜임팩트 투자 등 SDG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논의해야할 사회적 이슈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17년에는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3~4개 주제별로 나눠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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