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같은 일을 하고도 더 적은 급여를 받는 폐단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근로자 집단 사이의 임금차별을 줄이기 위한 핵심정책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79년 굿이어타이어에 입사한 미국의 릴리 레드베터는 지속적인 성차별적 임금을 받았다며 1998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세기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 미국과 영국의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녀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제척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녀의 이름을 딴 릴리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이 2009년 제정됐다.

법 제정에 따라 임금차별에 대한 소송 제척 기간의 기산시점이 차별적 임금을 지급하는 결정이 최초로 내려진 시점 또는 최초로 차별적 임금이 지급된 시점이 아니라, 차별적 임금이 지급된 모든 시점으로 바뀌게 됐다.

즉 차별적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차별이 임금을 지급받을 때마다 180일씩 연장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1963년 제정된 동일임금법에 따르면 차별적 임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원고인 근로자는 ▷사용자가 성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었다는 것 ▷비교대상 근로자들이 동일한 기술·노력·책임을 요구하는 직무에서 동일한 일을 했다는 것 ▷비교대상인 직무가 유사한 근로조건 하에서 수행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앞서 언급한 3가지를 입증해도 사용자는 그 임금격차가 ▷연공급·업적급 또는 생산의 양·질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것이거나 ▷성별이 아닌 다른 정당화될 수 있는 요인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원고의 주장에 대항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근로자가 성차별적 임금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에서는 1997년 이후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공정임금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들이 여성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소송전문 변호사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이유로 공화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의 동일임금제도는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 2010)’에 기초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동일노동을 비교적 넓게 규정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두 개의 노동이 ▷동등하게 평가되거나 ▷동일가치 노동이거나 ▷유사한(like) 경우에 동일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재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더라도 과거 또는 미래에 비교대상 근로자가 있다면 동일임금 여부를 다툴 수 있으며 고용조건에 성별평등조항을 넣을 것을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서면계약만이 아니라 구두계약에도 해당하며 이를 통해 고용조건에 성별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자동적으로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차등적인 임금이 성차별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일노동의 정의와 여부를 가리기 위한 비교대상 범위를 정교화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동일가치 노동의 판단기준으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직무평가연구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 스스로가 차별적 임금을 받는다는 점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과 동료의 임금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이를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불합리한 임금격차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부문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내 근로자의 다양한 속성별로 임금실태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