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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하여극지연구소 이유경 책임연구원
극지연구소 이유경 책임연구원

북극에는 노아의 방주가 있다. 노아의 홍수처럼 큰 재앙이 닥쳐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농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가 바로 그곳이다. 스발바르는 우리나라 북극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스발바르에 자리잡게 된 이유는 이곳이 지진이 나지 않아 안전하고, 자연 방사능이 없어 돌연변이 위험이 낮으며, 춥고 건조해서 종자를 보관하기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 중턱 해발 130미터에 있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더라도 물에 잠길 염려가 없다. 참고로 이런 일은 없겠지만, 남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60미터쯤 올라간다.

국제종자저장고 <사진제공=이유경 책임연구원>

국제종자저장고, 93만 종류 4억5000개의 씨앗 보관
국제종자저장고는 1년 내내 얼어붙은 영구동토층 속에 있다. 항상 0℃ 이하이다 보니,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 영하 18℃의 냉동시설을 운영하는 국제종자저장고 입장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도 된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뜻이다. 주변이 영구동토층이기 때문에 혹시 냉동시설이 고장 나더라도 씨앗은 녹지 않고 냉동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천연 냉동고라고나 할까!

이곳에는 약 450만 종류의 씨앗을 각각 500개씩 보관할 수 있는데(총 25억 개까지 보관 가능),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온 93만 종류의 4억5000개가 넘는 씨앗이 보관돼 있다. 심지어 북한에서 온 씨앗도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을 비롯해 밀, 옥수수, 감자, 콩, 고추, 상추, 배추 등 전 세계 다양한 작물이 여기에 보관돼 있다.

2015년에는 시리아 알레포에 있던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더 이상 씨앗을 관리를 할 수 없게 되자, 이곳에 저장돼 있던 130 종류의 씨앗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 만약 국제종자저장고가 없었다면 이 중 일부는 영원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온 93만 종류의 4억5000개가 넘는 씨앗이 국제종자저장고에 보관돼 있다. <사진제공=이유경 책임연구원>

지난 5월,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이 국제종자저장고가 물에 잠겼다는 제목의 기사가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실렸다. 기사 제목만 보면 보관된 종자가 다 물에 잠겼을 것 같지만, 다행히 모두 안전했다. 작년 10월, 평년보다 따뜻해진 이상고온에 동토층이 녹아서 물이 흐른 것이 과대 포장된 것이었다. 물이 흘러내린 곳은 입구 쪽이고, 씨앗은 거기서 다시 100미터 안쪽에 보관돼 있어서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래도 노르웨이 정부는 완벽한 안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440만 달러(약 50억원) 규모의 보강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저장고 건설에는 900만 달러가 들었는데, 방수 공사와 배수 공사를 위해 그 절반이나 되는 예산을 기꺼이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북극 툰드라 식물
북극은 이렇게 전 세계 작물을 지키고 있는데, 정작 북극 툰드라 식물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북극 툰드라 식물은 춥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해 주로 북극과 고산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백두산이나 한라산에 살고 있는 고산 식물 중 일부는 북극에도 터를 잡고 있다. 그런데 점점 기온이 오르면서 아북극이나 한대 지역의 식물이 북상하면서 북극 툰드라 식물은 이들과의 힘겨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 식물이 툰드라 끝까지 밀려나면 북극해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이들이 어떤 식물인지 사귀어 보지도 못했는데, 그 험한 빙하기도 꿋꿋하게 견뎌 냈던 툰드라 식물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어쩌면 북극 툰드라 식물은 냉해나 가뭄을 견디는 유전자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차를 끓여 마시고 아플 때 약으로 사용했던 식물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극지연구소는 국내 연구기관과 손을 잡고 북극 툰드라 식물을 보전하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찬 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꿋꿋이 버텨 온 툰드라 식물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이들을 보전할 길을 찾고 있다.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기에 우리는 그동안 툰드라 식물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고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글 / 극지연구소 이유경 책임연구원>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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