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해양과학연구부장

강성호 극지해양과학연구부장

북극해 지역은 지구상에서 과학적 탐험과 연구가 가장 덜 된 곳이다. 이 지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오염물질 및 개발 압력 등과 같은 외부의 물리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 북극해 주변은 물론 전 세계 환경·기후변화에까지 큰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변화뿐만 아니라 북극해의 급격한 해빙 감소와 담수 유입으로 염분도가 낮은 표층수가 북극해에 형성됨으로서 전 세계 해류순환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북극해 현장 관측데이터 공백 해소, 아라온의 역할
이런 북극의 변화와 관련해 2010년 이후 새로 부상한 연구분야 중 하나가 북극해 변화와 중위도(한반도 포함) 기후(기상)와의 연결고리이다. 몇몇 연구는 해빙 감소와 적설량 변화를 북반구 폭풍진로, 홍수, 겨울철 날씨 패턴 변화와 연결시켰다. 심지어 북극 변화가 동남아 우기의 시작 시기와 강우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도 발견했다. 북극 변화가 타 지역 날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의 성격, 크기,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 관측데이터 공백이 북극해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정확한 예측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해빙·빙하 융해수의 형성과 순환, 육상기원 담수의 저장 및 유출과 그것이 해양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 눈과 식생의 상호작용, 북극 변화와 타 지역 날씨 간 연결고리로서 관련 요소들에 대한 지식 공백은 북극 온난화의 미래 예측을 모델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극항로 시대 민간 북극환경정보시스템 구축 활용 
이 같은 현장 데이터 및 지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2017년 8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태평양 북극해를 뒤덮고 있는 얼음, 해빙(海氷)의 감소 양상을 관측·탐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베링-척치-동시베리아해의 얼어붙은 바다(결빙해역) 4500km를 항해하며 해양조사를 벌인 뒤, 북위 77도 근처의 두 지점에서 해빙캠프를 설치하고 해빙의 면적과 두께, 바다생물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올해 8월 북극해 해빙은 과거 같은 시기에 관측된 면적과 비교했을 때 역대 3번째로 작았다(미 국제설빙데이터센터 발표).

이번 연구팀은 특히 해빙이 급격히 녹으면서 빠져나간 열이 북극의 대기를 데우고, 따뜻해진 공기가 다시 더 많은 해빙을 녹이는 악순환을 실제 현장에서 확인했다. 최근 위성자료 등을 분석해 북극 해빙의 급감이 북극 고온현상을 가속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우리 연구팀은 이번 항해에서 위성분석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게 됐다. 특히 이번에 취득한 북극해 통합관측 정보는 해빙이 줄어들면서 열리게 될 공해상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민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북극환경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제2 쇄빙연구선의 도전, 주도적 정보 공유 및 활용 이뤄야
올해 아라온의 북극해 환경변화 통합관측 및 활용연구 항해에는 11개 나라 52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우수한 능력 덕분에 유수의 외국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희망해 다국적 연구팀이 꾸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라온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연구 활용 일수의 제한과 쇄빙능력의 한계로 인해 기후변화 예측의 핵심 해역인 북극점 주변 공해상의 미답 결빙해역 통합관측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북극해에서 진행 중인 환경변화는 지속될 것이며,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노력과 상관없이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는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향후 30-40년 동안은 더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북극해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도 기후변화를 주도적으로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라온과 향후 건조될 북극 중심의 제2 쇄빙연구선의 도전을 통해 획득된 미답 결빙해역 현장관측 자료를 세계인과 서로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 / 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해양과학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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