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바른 평가 수용, 보존의 부가가치 높여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흑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7.2km 떨어져 있으며 면적 19.7㎢, 해안선길이 41.8㎞에 달한다.

흑산도는 철새이동의 중간기착지로서 매우 양호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해발 400미터 최고점 문암산을 비롯해 깃대봉, 선유봉, 상라봉 등이 산지를 이루고 해안선이 복잡하며, 북동쪽에 비교적 넓은 만이 있다.

이런 흑산도에 공항건설이 추진되면서 2015년 4월과 5월 몇몇 국책연구기관들은 철새보존, 비행기와 새의 충돌시 안전성문제 등을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흑산도의 양호한 생태현황과 다양한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로서의 가치, 주요 철새도래지 및 경유지로서 멸종위기종 보존을 고려할 때, 흑산도 공항 건설 계획상 입지 적절성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류서식 빈도가 높고, 초지에 참새목조류가 다수 서식 하는 등의 문제를 들어 입지 부적절 협의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같은 해 11월, 입지와 내용이 변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반대의견을 냈던 국책연구기관들이 특별한 이유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는 한술 더해 반대의견을 누락시키고 찬성의견만 전달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자료에는 국책연구기관들의 반대의견이 기록된 공문도 빠졌다. 외압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2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성, 경제성 등이 문제가 돼 잠정보류 됐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런데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2018년 기본설계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특혜 시비, 조작 논란으로 무산되는 듯했던 흑산도 공항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달라진 건 정권밖에 없는데 말이다.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원칙과 중심을 세워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벌어진 해프닝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전문기관들이 소신껏 작성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비상식적인 주장과 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민간전문위원을 들러리로 세운 채 정부 입맛대로 휘두르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국립공원을 지킬 수는 없다. 특별감사라도 진행해 지난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부당한 사업추진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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