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위원 소속 대학이 조사와 검증까지 몽땅 맡아
유명업체 마다하고 특정 대학·업체 선택 배경에 의혹 쏠려

[환경일보] 군부대 이전 등으로 토양정화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토양정화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치열하고, 대학교와 지역단체까지 가세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창원시가 국방부로부터 기부체납 형태로 받은 옛 39사단 부지는 현재 토양정화작업이 한창이다. 오염된 토지를 창원시가 정화하는 조건으로 해당 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해당 부지에 대한 토양환경평가를 통해 2만7543㎥가 오염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이를 믿을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구성된 민관협의회를 통한 추가조사에서 14만6905㎥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조사를 통해 오염량이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토양정화 비용 역시 100억~200억원 수준에서 400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옛 39사단 부지 개발에 각종 세력들이 개입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그러자 일각에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의 한 토양정화업계 관계자는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교수가 소속된 재단 산하의 대학들이 토양환경조사와 검증을 맡았다. 자기들끼리 조사하고 검증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전문기관이 하는 조사를 못 믿겠다고 민관협의회를 만들었는데, 추가조사를 민간위원이 소속된 대학에 맡기는 것은 더 믿기 어렵다. 심판을 맡겨놨더니 선수로 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양정화업계 관계자는 “군부대 특성상 유류오염과 사격장 납 오염 외 검출된 중금속은 군부대로 인한 토양오염이 아니라 본래부터 토양에 함유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제련소도 아닌데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됐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관계자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민관협의회 당사자가 조사업체로 선정된다면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오염물량 '뻥튀기' 의혹 제기

실제로 당초 조사보다 오염물량이 5배 이상 검출됐다는 소식에 창원시가 1차 조사기관을 환경부에 처벌을 의뢰했다. 이에 환경부가 나서 조사했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1차 조사 결과도 유효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문제는 또 있다. 애초 국방부는 창원시에 해당 부지를 기부체납하면서,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는 책임을 창원시에 넘겼다. 다시 말해 땅을 공짜로 줄 테니 오염문제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창원시가 토양정화 책임을 민간에 또 떠넘겼다. 민간 컨소시엄이 해당 부지를 모두 정화한 후 일정 부분의 토지를 떼어내 아파트 등을 짓게 하고 남는 부지는 창원시가 소유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한 것이다.

창원시 입장에서는 공짜로 받은 땅을 공짜로 정화하고, 개발면적에서 제외된 땅까지 얻는 ‘거저먹는’ 장사를 한 것이다.

그러자 지역에서 또 반발하고 나섰다. 애초 토양정화 책임이 토지를 공짜로 받은 창원시에 있는데 이를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토지개발업자인 컨소시엄에서 추가로 정화비용을 투입한다면 이게 공짜겠는가? 그 비용을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시켜 보전한다면, 결국 최종적으로 정화책임을 창원시가 소비자에게 전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이게 끝이 아니다. 컨소시엄이 토양정화 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특정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토양정화 업체 선정까지 간섭

토양정화 사업을 따낸 당사자가 다름 아닌 컨소시엄의 최대 지분을 가진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티에스케이(TSK)였기 때문이다. 또한 함께 선정된 지역 업체 K사 역시 뒷배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대해 유니시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토양정화 참여 제안서를 보냈지만,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된 골치 아픈 곳이라서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며 “2차 제안에 TSK만 응했고 그나마도 늘어난 물량만큼 비용을 맞춰주지 못해서 가격협상만 6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K사는 우리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 민관협의회에서 결정해서 우리에게 통보했다”며 “당초 추가정밀조사 역시 서울의 유명한 검사기관을 선정하려했지만 민관협의회가 모두 거절하고 결국 지역의 대학들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관협의회는 민간개발업자가 벌이는 사업에 개입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따라서 토양조사기관 혹은 토양정화업체를 선정할 권한도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속한 대학을 검증기관과 조사기관으로 끼워 넣고 토양정화업체를 마음대로 선정한 것은 지나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에서는 토양정화에 참여한 K사가 경남지역의 이권단체를 배후로 두고 굵직한 대규모 토양정화사업을 싹쓸이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당한 입찰이 아닌 민관협의회가 독단적으로 결정해 개발업자에게 들이민 꼴이 됐기 때문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당초 8879억원으로 금액을 정해서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토양정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모두 컨소시엄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교수가 속한 대학이 조사와 검증을 맡은 것은 모두 민관협의회에서 한 일이며 창원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떠넘겼다.

창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인 민관협의체와 달리 유니시티와 관련된 민관협의회에는 창원시 공무원이 간사로만 참여하고 있다. 말만 민관협의회지, 실제로는 지역의회와 지역단체들이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상황이 이처럼 복잡하지만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창원시, 민간업체 간 계약으로 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토양환경보전법으로 다룰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오염토양 물량이 과다하게 산정됐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군부대로 인한 토양오염과 자연발생적인 광물 등으로 인한 오염을 분리해서 증명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한 광물 등은 정화책임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수천억원대 지역개발사업에 지자체의 책임 회피, 특정기업 몰아주기, 지역단체들의 이권개입 의혹 등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