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연구자 500여 명 한자리에, 과학기술혁신 정책 모색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1월3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17 국가 과학기술혁신 국회 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민혜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는 과학기술계와 국회의 소통과 협력을 도모하고 과학기술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을 교류하기 위해 ‘2017 국가 과학기술혁신 국회 대토론회’를  11월3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과총과 국회 진영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 이하 과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전하는 등 다수의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 밖에도 각 지역 과학기술인, 학회 및 유관기관 대표 등 과학기술계 인사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역과 함께 하는 혁신성장의 기조 아래 국회와 과학기술인의 만남이 ‘융합’을 통한 현안 해결로 이어지고 국가 과학기술혁신 정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과총 11개 지역연합회 대표자들은 ‘4차 산업혁명과 지역 과학기술 혁신 과제’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행사는 과총 11개 지역연합회의 ‘4차 산업혁명과 지역 과학기술 혁신 과제’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강원 지역연합 ▷경남 지역연합 ▷경북 지역연합  ▷광주·전남 지역연합 ▷대구 지역연합 ▷대전지역 연합 ▷부산·울산지역 연합 ▷인천 지역연합 ▷전북 지역연합 ▷제주 지역연합 ▷충북 지역연합회의 대표자들이 나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지역 혁신 과제’를 주제로 각 지역에서 진행됐던 토론회의 결과와 제안 등을 발표했다.
 

김호원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총괄위원장의 주제발표

‘소프트 파워’로 경쟁력 키워 나가야
지역연합회 세션 후에는 김호원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총괄위원장(前 부산대 석좌교수)이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김호원 위원장은 “2017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경제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의 근간이 되는 구조적 지표들은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낮은 생산성으로 대표되는 기업경쟁력의 저하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위기의 본질에 맞는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며, 지역 정책적 측면에서는 지역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회복하고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4차 지방과학기술 진흥 종합계획의 주요내용과 성과에 대해 설명한 후 몇 가지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지방과학기술협의회의 제한된 기능으로 종합·조정 역할이 미흡했고 ▷지역 자체 R&D 기획보다는 중앙정부 사업의 단순 매칭에 치중했으며 ▷지역별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특화 정책으로 중점전략 분야와 실제 지역산업의 성장 간에 괴리가 발생했고 ▷인적자원의 수도권 집중 심화로 지역혁신의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과학기술 혁신전략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제를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중앙정부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과정을 관리할 것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의 상충가능성을 보완해 나갈 것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도모할 것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지역혁신 관련기관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 등을 제안했다. 지방정부의 경우에는 ▷정부 입법이나 정책 추진에 부수되는 지역계획 및 조례 등을 제정할 것 ▷4대 지방자치권 보장 시 지역 주도의 자체 혁신성장모델을 마련할 것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지역사회의 인식을 공유하고 확산시킬 것 ▷지역고유의 생태계 조성을 담보할 독자적 기획을 추진하고 그 역량을 확보할 것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실 있는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국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관련기관과 관계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과총 김명자 회장(가운데)을 좌장으로 10인의 과학기술인과 정치인들이 함께 패널토론을 가졌다.

지역 혁신 과제의 향후 발전 방향
주제발표 후에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김명자 과총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패널로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이우일 과총 부회장(서울대 교수), 박태주 부산지역연합회 회장(부산대 석좌교수), 이신후 전북문화콘텐스산업진흥원 원장,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조근식 인천지역연합회 부회장(인하대 교수)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박경미 의원은 4차산업혁명의 유연성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지방분권이 이뤄졌는가 하는 질문에 “아직은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수평적 사회로 이동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빅데이터가 자료의 ‘집적’이기 때문에 집권적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4차산업시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역을 중심적으로 집적된 빅데이터를 잘 연결하면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신용현 의원은 기존 헌법에서의 과학기술 발전은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구지원에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과는 별개로 과학기술계 내부의 자정능력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학기술인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자 회장

김명자 회장은 2012년 UN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나온 “과학과 정치는 함께 가야 한다”는 권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는 어떻게 잘 만드는지가 중요한데, 한국의 경우 OECD 평균보다 규제의 양은 많고 질은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합리적인 규제는 일자리 증진 등 좋은 효과의 바탕이 되기도 하므로 규제 혁신을 통해 과학기술, R&D 등 산업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효과 증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차 산업혁명 당시 불합리한 규제로 미국에 기회를 빼앗겼던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과학기술인들은 사회 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식견과 필요한 방향을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각 지역의 특성을 알리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오늘 자리를 기획했다고 설명하며 내년에는 보다 진전된 형태로 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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