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관리, 더 강력한 규제·감독 체계 필요
불확실한 정보 양산, 사회 혼란 일으킬 우려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주최하고 안전성평가연구소(KIT)가 주관한 제14회 국민안전기술포럼이 지난 11월29일 개최됐다. <사진=김은교 기자>

[환경일보=서울대학교 교수회관] 김은교 기자 = 안전한 생활 환경과 지속가능한 안전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향상으로 국내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가운데, 인체 영향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현상으로 불거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케모포비아의 확산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 이하 NST)가 ‘화학물질 공포증_케모포비아와 안전사회’를 주제로 지난 11월29일 제14회 국민안전기술포럼을 개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고 이후 살충제 달걀·독성 생리대 사태의 연이은 발생으로 케모포비아 현상이 문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포럼은 케모포비아의 발생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관련 정책 및 제도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융합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물질 제품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까지 무작위로 양산되면서 화학제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팽배해지고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준우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미래환경연구센터장은 최근 불거진 화학물질 사고와 조치 사례를 설명하며 화학물질 공포증이 국민 의식과 안전한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향상시켰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 위험 수준을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민 혼란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로 인해 화학물질 공포증이 날로 심화,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국민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유해화학 물질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화학물질은 인체유해성이 있으나, 인체유해성이 필연적으로 인체위해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화학물질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해성평가 전문기관 선정 ▷함량 분석 및 실태 조사 실시 ▷노출계수 및 평가 모델 등 평가 시스템 개발 ▷대상 물질별 DB 구축 ▷사전 위해성 스크리닝 평가 제도 및 전임상 평가 시스템 구축 ▷사후 모니터링 관리 체계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케모포비아의 실체는 상호 불신에서 오는 두려움이라고 말하며 연구자는 검증된 연구 방법으로 이해 충돌을 중재하는 사회적 책임 역할을 다하고 정부는 전문성 있는 강력한 규제·감독을 실시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은 사회적 윤리를 준수한 안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의 안전성 등을 검토해야 하고 국민은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스마트 컨슈머 역할을 해야 하며 언론은 유해성 논란을 증폭하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유명순 서울대 보건학과 부교수는 공포와 두려움에는 상황에 대한 통제와 불확실성이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은교 기자>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부교수는 극단적인 공포로 치닫게 만드는 상황적 요인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과정을 생략한 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낙인’과 같은 부정적 구별짓기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을 요한다고 말하며 정보에 대한 신뢰는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낮추고 효능감을 높여 대처 역량을 높이게 하는 중요한 소통 자원이라고 덧붙였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예로 들며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는 케모포비아가 아닌 각인된 상처이며 깊은 불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허위 정보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하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재구축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역시 케모포비아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 이행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정부는 정보 역량 제고를 통해 위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정보력은 기업의 노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며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살생물제법(현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기업을 규제할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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