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함께 흡입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위험성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도 한참이 지났다. 찬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미세먼지의 농도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고등어구이 때문이다’라는 다소 황당한 결과를 발표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환경부의 주장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일까? 환경부의 발표는 미세먼지와 함께 흡입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이하 PAH)’를 고려한 것으로, PAH의 개념을 안다면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란 2개 이상의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로 줄여서 PAH라고도 부른다. PAH는 불완전연소나 유기물의 열분해로 발생되며, 인체나 환경에 중대한 오염원이 된다. PAH가 치명적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입자상 물질(미세먼지)에 흡착이 돼 체내로 흡수가 쉽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부(US EPA)에서는 16종의 물질을 우선대상 관리오염물질로 지정했으며 7종의 PAHs(벤조[a]피렌, 벤조[a]안트라센, 크리센, 벤조[b]플루오란텐, 벤조[k]플루오란텐, 다이벤조[a,h]안트라센, 인데노[1,2,3-c,d]피렌)를 인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이러한 유해 PAH 물질들은 피부 접촉 시 피부염, 피부암 등을 유발하고 호흡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몸 안으로 침투해 지방분을 포함하는 모든 신체조직에 유입돼 신장, 간 등에 축적돼 암을 유발한다.

초기 발생원에서 PAH는 벤젠고리가 2~3개인 상태로 존재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휘발성이 강해 대부분 가스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나면 입자상 물질에 흡착하면서 입자상으로 상변환이 일어난다. 미세입자는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커 거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PAH를 흡착할 수 있고 사람의 폐에 대한 침투도 역시 매우 커서 문제가 된다.

PAHs 그룹 중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벤조피렌은 특히 더 위험하다. 벤조피렌은 거의 모든 동물 종에서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고온에서 불완전연소를 할 때 생성되며 몸속에서 대사를 하면서 DNA 변형을 유발한다. 벤조피렌이 체내로 들어오면 DNA 속 구아닌염기에 커다란 화학기가 첨가돼 염기쌍의 형성을 방해한다. 염기쌍 형성이 불완전한 상태가 되면 DNA 중합효소는 화학기가 첨가된 구아닌염기에 4가지 염기 중 무작위로 하나의 염기를 첨가한다. 이 과정에서 상보적인 염기쌍이 결합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DNA 전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돼 암을 유발한다.

국내 PAHs 농도의 현황은 어떨까? 지난 2011년 환경부가 대기 중의 벤조피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겨울철 대기 중 벤조피렌의 농도가 0.71 이 검출됐다. 이는 영국의 권고 기준인 0.25 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도심지역에서 대부분의 PAHs는 자동차 배기가스, 콜타르가 생산되는 공장 등에서 배출된다.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PAHs는 주로 이산화질소 등과 반응해 강력한 발암성을 나타내는 나이트로 PAHs이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의 경우에는 PAHs의 1/3 정도가 공장이나 배기가스 등에 의해 국내에서 발생하지만 2/3는 국외로부터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북한에서 유입되는 양이 많다. 이는 수도권 대기 중의 PAHs 농도가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에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의 경우 겨울철에 난방을 할 때 석탄이나 나무와 같은 유기물을 연료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PAHs를 많이 발생시키고 이것이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돼 겨울철 PAHs의 농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외 PAH 발생원 파악, 농도 측정 그리고 이에 따른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조차 정기적인 PAH 측정 자료 및 측정 계획이 공개되고 있지 않으며 국내외 PAH의 정확한 발생원 및 농도에 대한 파악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PAH의 화학적 특성상 시료채취 및 정확한 농도분석이 어렵다는 점이 이러한 문제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된다.

PAH 화합물은 대기 중 농도가 매우 낮으며 휘발성을 띠고 불안정하다.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시간 공기를 통과시켜 포집해야 하는데, 채취기간이 길수록 PAH 증발이 빠르게 일어나 측정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PAH 중 가장 잘 알려진 벤조피렌의 농도만을 측정해 식품 및 토양에서의 PAH의 유해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환경 중 벤조피렌의 양이 워낙 적고 벤조피렌의 발암 활성도 또한 일정하지 않다. 또한 다양한 PAH 종류만큼 그 유해성도 광범위하고 다양하므로 이러한 벤조피렌 대용 방법은 한계를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PAH의 정확한 측정 및 관리를 위해 PAH 농도분석, 정량분석의 연구적 한계점을 인지하고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식품, 토양에서의 PAH 문제뿐 아니라 미세먼지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만큼 이와 함께 흡입되는 대기 중 PAH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가적 관심을 가지고 PAH의 유해성에 관한 자각 및 대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글 / 연세대학교 일반화학 생과일 팀(의류환경학과 박세원, 식품영양학과 우지은, 임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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