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 얼굴 모두 잘린 상태에서 치료 중 폐사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열악한 사육환경이 원인

[환경일보] 동물카페가 열악한 사육환경과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른 동물을 공격해 물어 뜯도록 방치해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데일리벳에 따르면 지난 11월24일 마포구의 한 동물카페에서 코아티가 다른 동물에게 물어 뜯겨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코아티를 수술한 마포구 동물병원에 따르면 코아티는 앞다리, 뒷다리가 모두 잘렸고, 꼬리뼈는 흔적도 없이 절단됐다.

특히 상악과 코 부분이 눈 밑까지 완전히 없어진 채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 폐사했다. 병원 측은 부상의 원인을 다른 동물에게 물어뜯긴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병원에 실려온 코아티의 치료 후 모습. 결국 폐사했다. <사진제공=어웨어>

어웨어와 데일리벳이 해당 동물카페를 방문했을 때 현장에는 코아티, 북극여우, 사막여우, 개, 고양이, 프레리독, 친칠라, 보아뱀 등이 사육되고 있었다.

라쿤을 제외한 동물들은 종에 따라 분리되지 않았으며 사막여우, 코아티, 3개월 미만의 새끼고양이 등이 한 공간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사육 중인 코아티 역시 꼬리 전체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데일리벳 대표 이학범 수의사는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 처치를 받았는지 의문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비전문가가 테이프로 감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감염이 심해지면 절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꼬리에 상처를 입었지만 비전문가가 아무렇게나 치료해 감염이 우려된다. <사진제공=어웨어>

교묘한 편법운영으로 단속 피해

지난 11월 어웨어가 서울에서 운영되는 라쿤카페 9곳을 조사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식당과 동물 사육장이 구분되지 않은 문제와 동물을 좁은 철제 케이지에 가둬 방치하는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12월에 서교동 일대의 야생동물카페를 점검했을 때도 다수의 라쿤카페가 편법적인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일어난 동물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업소가 음료를 제조해 판매하는 대신 병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식품접객업소가 아닌 자유업에 해당해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아울러 어른이 된 라쿤이 공격성을 보인다는 이유로 철제 케이지에 가둬 방치하는 행위도 여전했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기본적인 시설 제공과 관리조차 없이 동물이 고통스럽게 죽도록 방치하는 야생동물카페는 운영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사육기준이 미비한 법적 허점을 노려 최근에는 동물카페가 동물원으로 등록하기 위해 동물 종과 수를 더 늘리는 상황이다. 동물원·수족관법 강화로 동물카페, 체험동물원 등 유사 동물원에 대한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라쿤이 성장하면 공격성이 강해져 좁은 우리에 가둬 방치하고 있다. <사진제공=어웨어>

한편 어웨어는 문제의 동물카페가 개업 전 공사 현장에 라쿤을 방치한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 업체는 다른 라쿤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어웨어는 마포구청에 해당 업체의 동물 관리상태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국제 멸종위기종인 사막여우 두 마리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신고된 개체인지 환경부에 문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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