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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유산의 보전과 전승은 ‘새로운 농업운동’의 서막제도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은 국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중요
농업유산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는 순환 시스템 만들어 가야
황길식 박사
(주)명소아이엠씨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화 지원사업 중앙 FD

한반도에서 농업활동이 시작된 것은 약 5천 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농업은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견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생계를 유지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돼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의 농업은 단지 생계수단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외에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농촌을 단순히 농산물 생산 공간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농업과 농촌이 지니고 있는 다원적 가치는 교육과 관광에서부터 치유와 휴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이 지역사회의 문화·농업·생물학적 환경에 적응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한,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 농업활동 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농촌 경관 등 모든 산물’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해 해당 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보전·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농업유산 지원제도는 보존·규제 중심의 문화재 보전 제도와 차별화해 농촌과 농민의 관점에서 농업시스템의 보전과 활용을 중시하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농업유산을 단순히 자원 또는 물리적 시설로서 보전하는 데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농업활동의 산물로서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식량공급 기능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종 다양성이 보전 유지될 수 있는 생명력이 존재하는 농업시스템으로 보전하고 그 가치를 전승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제도로써 2013년 청산도 구들장논 농업시스템을 시작으로 최근 울릉도 화산섬 밭농업 시스템까지 현재 총 9곳이 지정됐다. 그중에서도 청산도 구들장논 농업시스템과 제주 밭담 농업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UN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2년간의 준비 끝에 하동 전통차 농업시스템이 국내에서 세 번째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하동 전통차 농업시스템은 지역주민들이 1200여 년간 지켜온 전통적 농업시스템으로서 산이 많고 평지가 적어 농사짓기에 불리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 고유의 차나무 재배 농법과 문화를 보전·계승해 온 지혜의 산물이다. 주민들의 생계수단이자 전통 농경문화로 전승되고 있는 하동 전통차 농업의 가치를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유행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정책이 아니다. 농업유산의 보전과 활용을 위해서는 농업유산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함께 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농업유산제도는 등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농업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생태적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업유산제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중요하다. 특히 농민들은 농업유산제도를 소득사업으로만 인식하고 단기간에 소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통 농업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경제적 소득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기존 관행농업과는 달리 농업유산제도는 전통적 농업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그 가치를 보전·전승하는 활동과 그 가치의 공유·확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농업유산제도는 긴 안목으로 전통적 농업시스템의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는 ‘농업운동(agriculture movement)’이다.

농업유산제도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은 국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담보 돼야 한다. 또한 농업유산의 가치를 단지 역사적인 전통성만으로 바라보고 자원 자체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전통 농업시스템이 유지·전승되고 있는 지역 전체를 농업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농업유산 등재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등재를 통해 현재 수준의 농업시스템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농업유산 보전활동과 가치 전승이 꾸준히 이뤄지게 되면 농업유산의 다원적 가치가 확산되고, 자원으로서 농업유산의 보전에서 나아가 농업유산지역 전체가 열린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돼 문화적·경제적인 풍요로움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주)명소아이엠씨 대표·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화 지원사업 중앙 FD 황길식 박사>

이창우 기자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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