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앞두고 전국 AI 비상, 축산업 전과정관리 시급

최근 평택과 화성 등 자치단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 유입을 우려한 지자체들이 방역활동에 분주하다.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명절 대이동을 앞두고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조류인플루엔자 차단방역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고, 특별교부세 56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도 평창올림픽 이후 구제역과 AI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변수들이 많다.

6월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차원의 철저한 단속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예방이 중요한데 여전히 정부는 예산이 없다고 발뺌한다. 법을 개선하고, 매뉴얼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부분 축산 농가들도 관습적으로 축사를 유지할 뿐 개선 노력엔 관심이 없다. 닭의 일반적인 폐사율은 3%에 달하지만 퇴비장에 버리는 것이 전부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해도 인력과 땅 부족 등으로 1주일 이상 방치되는 일도 허다하다.

폐기물관리법 3조6항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적용되는 가축의 사체 등은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 조항은 환경부가 가축사체매몰지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없도록 지지해준다.

작년 말 양 부처 간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다짐하며 손잡은 일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런 모순된 법 조항들을 찾아내 수정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지.

충청도 모 지역에는 닭 220여만수를 매몰했는데 식수원 오염까지 우려되는 지경이다. 물이용부담금을 이런데 쓰라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이 대책을 촉구했지만 지방환경청의 관계자는 “지표면 밖으로 나오는 것만 우리가 담당하는 침출수로 본다”고 해석했다.

지자체 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축산업허가취소권을 가진 지자체에 매몰지 처리를 제대로 해달라고 민원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가축사체매몰지를 파 본 한 공무원은 “수년이 지나도 썩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매뉴얼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책임을 돌렸다.

3년이 지나면 매몰지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들고 우리 지역에는 매몰지가 한 군데도 없다고 우기는 공무원도 있다.

탁상공론식 처리방법도 문제다. 가축사체를 소각하거나 랜더링 하는 방법은 도로여건, 막대한 전기 사용 등으로 불가능하다. 현장 여건에 따라 미생물 이용, 효소 이용, 뼈 파쇄 등 방법들을 적절히 조합·사용하자는 의견이 타당하다.

이 외에도 기계 가동으로 인한 소음민원, VOCs 발생, 투입인력 트라우마 등 현장은 감당키 어려운 변수들로 가득하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4차산업혁명은 스마트농장을 만들고 가축살처분과 매몰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또한 ‘진정성’이 우선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있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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