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공기정화장치 설치하면 최대 70% 저감 가능
개학 앞두고 정부의 실효성 있고 발 빠른 대책 요구

[국회=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일선 학교들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앞두고 있다. 올 겨울 들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에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77억원을 들여 전국 662여 개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시범 설치했다. 공기정화장치를 통해 실내공기질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의 건강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교육부가 주관한 ‘깨끗한 학교 실내공기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20일 열렸다.

김병욱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좋은 공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WHO는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연간 사망자수가 280만 명에 이르고 실내오염물질이 실외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약 1000배나 높다고 경고하고 있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라고 강조하면서 “석면제거·내진보강·깨끗한 학교 실내공기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공기정화 장치 운영현황’을 발표한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조영민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 35개 초등학교·61개 교실의 공기질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초등학교 교실 내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장치의 효과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활동 시간에 효과 적어

조 교수에 따르면, 공기정화장치를 가동했을 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들이 없을 때는 공기정화장치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났지만, 학생들이 있는 시간에는 효과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학생들의 활동량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가정용이나 사무용으로 사용되는 공기정화장치들이 가지고 있는 사양으로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용성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기청정기와 환기장치 등 복합적으로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 교실의 경우, 미세먼지는 최대 70%, 초미세먼지는 최대 40%까지 제거 효과가 높아졌다.

교실은 사무실과 달리 환기시설이 부족하고, 아이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하다. 이로 인해 교실 내 공기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스탠드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학교가 395개교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표본 학교를 대상으로 벌인 효율성 평가 결과, 현재의 공기정화장치로는 교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나면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 교수는 “사무실이나 가정용 정화장치보다는 학생들의 활동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학교에 특화된 사양을 갖춘 공기정화장치를 개발·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특성에 맞는 설비 필요

이번 연구에서는 소음 등을 이유로 공기정화장치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조 교수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는 설치만 해놓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9%는 전기료, 7%는 소음 때문에 공기정화장치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를 막겠다며 장시간 창문을 열지 않을 경우, 교실 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하는 등 역효과도 발생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환기하지 않은 교실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2300ppm까지 증가했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으면 졸음을 느낄 정도로 컨디션에 변화가 오고, 3000ppm 이상이면 어깨 결림이나 두통을 느끼는 등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조 교수는 “교실 내에 학생이 30명이 있다면 15분마다 5분 정도는 환기해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보호벽 설치 등 보완책 필요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연세대학교 임영욱 교수는 ‘학교 교실 내 미세먼지 유지관리기준 제고’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임 교수는 “신축 학교 대상으로 미세먼지 측정 분석 결과, 교실 특성에 따라 농도의 차이가 있으며 시간대별 이동수업 및 학생 활동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며 “초미세먼지의 WHO(세계보건기구) 연평균 권고기준(연평균 10㎍/㎥)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학교 내 미세먼지 관리는 국내 특성을 고려하고, 먼지에 대한 노출 특성을 감안해 대응 체계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비교적 비용이 적게 필요하면서도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학교 주변에 소음벽 같은 ‘종합보호벽’을 설치해 도로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든가 차량운행이나 공회전을 제한하는 ’스쿨존‘을 지정하고 학교 주변 물청소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건물 입구에 전교생의 신발, 우산 보관소를 두고 교실 바깥에 외투 보관소를 두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 미세먼지의 교실 유입을 차단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기존 공기청정기 설치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대다수의 학교에선 소음 발생과 실질적인 공기질 개선 효과 미흡, 전기요금 부담, 필터 교체와 같은 유지관리비 등의 이유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 내 514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에 설치된 1만 1302대의 공기청정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3.7%인 3813대만 사용되고 나머지 7489대(66.3%)는 사용중지 상태였다.

공기정화장치 도입이 더 시급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규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청정기보다 공기정화장치 도입이 더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외 실험 사례를 예로 들며, 공기 정화를 넘어 ‘환기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교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뿐 아니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이산화탄소(CO2) 등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외부 유해물질을 차단하면서 신선한 공기만 유입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주상복합단지와 분당·수서 간 도로, 경부고속도로 등 오염원과 상당히 인접한 국내 정자초등학교(경기 성남)와, WHO(세계보건기구) 선정 미세먼지 농도 세계 2위에 꼽힌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내 국립어린이집 두 곳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수치를 적정선 밑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공기정화기를 넘어 외부 미세먼지를 걸러내 내부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환기형 공기 청정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실효성 있고 빠른 대책 필요

전문가 패널들은 교육기관 실내공기질 개선은 꼭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좌장을 맡은 건국대학교 김윤신 교수를 비롯해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조명연 과장, 환경부 생활환경과 차은철 과장, 연세대학교 김태연 건축학과 교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카페’ 한혜련 부대표,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김민수 공동대가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김윤신 교수는 “미세먼지 측정을 할 때 가정집의 경우 집집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검사결과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학교는 더욱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며 “미세먼지 측정 방법에 대한 문제개선과 학교 실내미세먼지가 어디서부터 발생했는지 규명하고 이에 맞춘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패널들은 교육기관 실내공기질 개선은 꼭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김민수 공동공동대표는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예산이 단돈 1원이라도 허투로 써서 되겠느냐”며 “학교 현장에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공기청정기보다 필터가 부착된 창문형 환기장치 등 다양한 간이 환기 설비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교실 내 미세먼지 관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교실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차은철 생활환경과장 역시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차 과장은 "관리 기준 재설정과 실내공기질 전문 관리인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학교에 전문관리인을 두는 등 철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미대촉의 한혜련 부대표는 “매일매일 온몸으로 미세먼지의 유해성을 입증하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연구와 토론만 할 것인지 마음이 급하다”며 정부의 빠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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