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재생에너지, 실제로는 미세먼지 배출 주범
RPS 과징금 면하려 질 나쁜 동남아산 펠릿 수입

[환경일보] 녹색당·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은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RPS) 과징금 회피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목재펠릿 혼소발전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발전업체들은 화력발전설비에 목재펠릿 등 바이오매스를 혼합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을 거둬 RPS 과징금을 피하고 있다.

발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값싼 연료 구입에 뛰어들면서 동남아 등지에서 제조된 질 나쁜 펠릿이 매년 170만톤 가량 수입되고 있다.

동시에 목질계 폐기물 연료인 바이오 폐기물고형연료(Bio-SRF)까지 시중에 유통되면서 바이오매스산업은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라는 국민적 인식까지 생기고 있다.

대형 발전사들이 매년 일정량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RPS 제도의 허점을 노려 펠릿혼소를 확대하면서 오히려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사원 '국부유출' 지적

지난해 감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5개 한전 발전자회사의 우드펠릿 혼소에 의한 의무공급량 비중은 2012년 4.5%에서 2015년 34.5%로 급증했다’고 지적했으며 펠릿 혼소발전에 대해 ‘국부유출이며 재생에너지 지원이라는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물론 감사원까지 비판에 나섰지만, 발전사업자들은 ‘나무는 탄소중립 연료’라는 논리로 바이오매스 발전에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가중치(REC)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나무를 대량으로 소각하는 것은 전혀 환경적이지 않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시장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목재펠릿의 96%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현행 바이오매스 정책은 재생에너지와 국내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질 나쁜 펠릿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동남아에서 우리나라까지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목재펠릿이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말하기 창피할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목재펠릿 또는 Bio-SRF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들은 대형 전기발전업체들로, 발전효율이 35%를 밑돈다.

즉 3그루의 나무를 사용하면 1그루만 에너지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대기 중에 손실되는 것이다.

펠릿혼소의 진짜 목적은 목재제품의 성형과정에서 나오는 톱밥 등의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은 본말이 전도돼 멀쩡한 나무를 가져다 연료로 쓰고 있다.

톱밥 활용한 가정용만 허용해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도 바이오매스를 무분별하게 소각하는 문제에 대해 ‘생산·가공·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북미산 우드펠릿으로 대용량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을 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국립왕실 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가 지난 2017년 2월 보고서를 통해 대량으로 사용되는 바이오매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목재펠릿 산업이 활발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펠릿은 제재 부산물인 톱밥으로 만들어 가정용 난방에 주로 사용된다.

아울러 20MW 이상의 대규모 바이오매스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이후 발전차액 지원제도로 전환한 일본은 바이오매스 발전의 경우 2MW 이하의 분산형 에너지 공급설비에만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가중치(REC) 조정을 통해 무분별한 석탄 바이오매스 혼소발전과 초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을 규제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펠릿과 우드칩, 바이오-SRF를 사용하는 발전사업의 경우 전소는 1.5에서 0.8로 낮추고, 혼소는 1.0에서 0.5로(바이오-SRF는 ‘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이미 운전 중인 설비에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에 버려지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할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할 경우 2.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만약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을 위한 재생에너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에너지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목재제품은 최대한 재활용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활용을 거쳐 더는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 됐을 때 비로소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단 '태우고 보자'는 식이어서 질이 낮은 연료가 활개를 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업계 반발이 문제

문제는 기존업계의 반발이다. 바이오매스 업계는 가중치를 조절하더라도 기존에 운영 중인 발전소에 대해서는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전국적으로 수거해 질 낮은 펠릿을 만들고 이를 장거리 운송해 대형 화력발전소에 사용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2.0의 가중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면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연간 150만톤 이상의 펠릿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장거리 해상·육상운송이 불가피하고 질 낮은 연료를 태워 발생시키는 배출가스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한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대형 화력발전에 사용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은 “우리 숲에서 자란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해 펠릿으로 만들고 장거리 운송해 효율 낮은 연소기기에 사용하는 일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바이오매스 업계가 더 많은 정부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사용하는 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지역단위 연료 수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시민단체들은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펠릿 혼소발전이 분산형 에너지 공급을 가로막아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속가능한 산림 바이오매스 정책을 위해서는 대규모 발전용이 아닌 마을 단위 분산형 열병합발전용으로 전환하고, 바이오매스의 자급자족 원칙에 따라 지역의 미이용 목재를 중심으로 활용해 간벌목이나 재선충 피해목과 같이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 목적에 한정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