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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견 수렴 통한 환경영향평가로
지속가능목표·사회정의 동시 실현 꿈꾸다
이상돈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 인터뷰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재검토가 결정된 바 있다.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주한미군에 공여하는 부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던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로 방향을 바꾸는 등 소요를 겪으면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환경영향평가는 도로를 만들거나 건물을 짓는 등의 공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검토하는 과정이다. 건설이나 지역 개발 사업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4대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으로 취임한 이상돈 이화여대 교수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 안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환경영향평가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위한 ‘환경영향평가제’

환경영향평가제는 1969년 미국 연방환경정책법에서 최초로 법제화됐고,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환경은 일단 파괴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이전 상태로 복구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 오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977년 「환경보전법」을 제정·공포하면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됐으며, 1993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됐고, 1999년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으로 통합 운영됐다. 이후, 2008년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됨으로써 교통·재해·인구 영향평가는 삭제되고 환경영향평가를 대폭 강화 운영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도시의 개발에 관한 계획, 산업입지 및 산업단지의 조성에 관한 계획, 에너지 개발에 관한 계획, 항만의 건설에 관한 계획, 도로의 건설에 관한 계획 등이다.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등은 환경영향평가대상사업의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할 수 있다.

이상돈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

환경성 검토 무력화하는 특별법 경계

이상돈 회장은 환경영향평가가 특별법에 의해 시행되지 않고 무력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의해 훼손된 가리왕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한 것이다.

가리왕산은 원래 독특한 고산생물종들이 서식하는 원시림이다. 역사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 회장은 “2012년 제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특별법’은 사전환경성 검토를 무력화했고, 국립공원보다 더 보전 강도가 높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길을 터 주었다”고 설명하면서 “80년대 유니버시아드가 국가적 행사로 추진되면서 덕유산이 훼손됐고, 1995년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법이 생기면서 동계 아시아 대회가 열린 발왕산 정상까지 길이 뚫렸다”며 20년 전과 다름없는 가리왕산 문제에 대해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라 활강경기장 개발로 훼손된 87만3199㎡ 중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인 52만5843㎡(60.2%)를 2018년부터 2035년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절차적 공정성 확보해 공신력 얻어야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는 경우에는 평가항목 및 그 범위 등을 정해 규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계획서를 작성하고 주민의견수렴 등을 포함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다음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에 등록된 환경영향평가업자로 하여금 대행하게 할 수 있으며, 환경영향이 작은 적은 사업으로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사업인 경우 평가계획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간이화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인 개발사업의 행정계획 수립단계에서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 시 결정된 평가항목·범위 및 의견수렴이 환경영향평가계획서의 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을 대체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평가계획서의 작성 및 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이상돈 학회장은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서효림 기자>

공정성 논란이 가져온 ‘재검토’ 제도 불신 불러

환경영향평가가 환경적인 관점보다 발주처나 건설업계의 개발논리를 대변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공신력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이상돈 회장은 “환경영향평가가 재추진되고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면서 공신력 확보에 대한 문제가 생겼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폭넓은 연구를 거쳐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후 재검토하게 되면 기회비용 손실의 문제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됐다. 이 회장은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사업 관련 소송분쟁을 예로 들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노선은 1990년 확정됐지만, 2003년 2월 지율스님이 공사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환경훼손과 지하수 고갈 등을 이유로 천성산 터널 백지화를 공약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터널공사 중단과 대안노선 검토를 지시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안노선 및 기존노선 검토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지만, 위원들이 하나의 의견에 합의하지 못하고 위원별 개인의견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국무총리 산하 국정현안 정책조정위원회는 2003년 9월 기존노선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지율스님이 2차 단식에 돌입하며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일명 ‘도룡뇽 소송’이라 일컬어진다. 가처분 신청은 결국 2006년 6월 대법원에서 기각됐고 터널은 2007년 11월 굴착을 완료했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천성산 터널이 지연되면서 협력사 피해보상 약 51억원과 사회·경제적 손실 등이 약 2조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도룡뇽 생태계는 공사 후에도 보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영향평가의 독특한 특징 ‘의견의 수렴’

이상돈 회장은 “긴 호흡으로 폭넓은 연구를 거쳤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전체적으로 비용 손실뿐 아니라 제도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점”이라 강조했다. 그는 의견 수렴이 환경영향평가만의 독특한 특징이며 이것이 제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대상 사업에 대한 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 절차(scoping) 등 초기 단계에서부터 의견을 수렴 평가에 반영한다. EU(유럽연합)도 사업개시 전에 의견을 포명하는 기회를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스코핑 가이드라인 작성 단계와 평가서 심사단계에서 누구든 소관관청에 의견제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는 “사계절 조사 등으로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6개월 만에 완료한 4대강사업이나 특별법 제정으로 축소가 시도됐던 새만금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 부족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소홀이 가지고 온 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폭넓은 연구와 활발한 국제공조 통해 사회정의 실현

학회는 국제적인 공조가 활발한 단체 중 하나다. 국제영향평가학회(IAIA)의 지부(affiliate) 단체로 한·일 중심의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처음으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이 한자리에 모여 환경영향평가학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한·일 환경영향평가회를 중심으로 2003년 도쿄에서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 중국을 포함한 한‧중‧일 전문가 학회로 확대 후 2007년 베트남 참여 등으로 올해 ‘제2차 한중일베 환경영향평가학회’로 열리는 것이다. 이 회장은 “8월에는 일본 시즈오카에서 아시아환경영향평가콘퍼런스(AIC)로 개최될 예정”이라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기법 개선을 위한 R&D에 투자를 높이고 발전기법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돈 회장은 학회의 올해 목표는 ‘사회정의(Environmental Justice in the Society)’라고 말하며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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