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위원회 검토보고서 허위 작성 지원, 국회 위증까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및 자체감사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환경일보] 박근혜 정부 시절 환경부 TF를 만들어 비밀리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정책 제도개선 위원회(위원장 김호철, 이하 위원회)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부동의를 권고했으며,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과 더불어 입법부작위 상태의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한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9년 동안 환경부의 폐단을 조사·진단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11월 총 2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위원회인 환경정책 제도개선 위원회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차 3가지 주제에 대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환경부가 비밀리에 TF를 만들어 지원하는 등 부정이 발견됐기 때문에 해당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및 자체 감사를 통한 재검증을 주문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삭도 비밀TF’ 구성·운영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이 과거 두 차례의 국립공원위원회 부결에도 불구하고 재추진된 배경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정책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조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케이블카’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하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환경부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삭도 비밀TF’를 구성·운영하고, 해당 TF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했으며, 국회에서는 이 사실을 부정하는 등 위증까지 저질렀다.

2015년 환경부는 국회에 서면답변을 통해 “당시 민간전문위원회에서 환경부로 제출한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원본을 수정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호철 위원장은 “환경부는 사전에 ‘삭도 검토기준’ 부합 여부, 검토보고서 및 삭도 민간전문위원회 최종 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했기 때문에 국회에 위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경부는 규제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개발부처의 사업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비밀리에 할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차관이 정식으로 지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판 역할을 맡겼더니 경기장에 뛰어들어 한쪽 팀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코치 역할’을 한 셈이다.

김호철 위원장은 "TF를 만들어서 지원할 어떠한 근거나 규정도 찾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사진=김경태 기자>

환경부 내 케이블카 대응 비밀TF는 2015년 4월30일부터 국립공원위원회 의결 시까지,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을 단장으로 공단직원 19명이 포함된 총 3개 팀을 구성·운영됐다.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당시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환경부 차관과 비밀TF 단장을 맡았던 간부는 현재 환경부를 떠난 상태다.

비밀TF는 민간전문위원회 현장조사 및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원, 사업자 양양군과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에 논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전 케이블카 추진 점검을 위한 외부 전문가회의 진행 등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를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됐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 관련 자연환경영향평가서 및 공원계획변경(안)이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은 자료임에도 불구,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에 제공돼 승인처분을 받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실제로 아고산대와 관련한 다양한 학술적 의견이 제외됐고, 사업부지가 극상림 외 지역이라는 허위 내용을 기재했으며, 산양 주 서식지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게 하는 개체수를 대폭 축소했다.

그 외 이미 알려진 양양군의 경제성보고서 조작,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위반, 구매계약 부당체결 및 특정업체 특혜 등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저탄소차협력금, 상황에 맞게 재검토 필요

이처럼 부정행위가 발견되면서 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볼 것을 권고했다. 수사권이 없는 위원회 특성상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부가 자체적인 감사를 통해 재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검증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해도 부동의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위원회는 2014년 9월 시행시기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한 저탄소협력금제도가 헌정사상 초유의 입법 부작위 상태를 확인했다.

아울러 2012년 저탄소차협력금 추진 당시와 현재의 자동차시장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환경부가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 상황에 맞도록 제도를 정상화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미세먼지 유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유차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또한 자동차환경등급에 따른 운행제한 조치 등 환경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하는 정책 추진 검토를 권고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가 제도적 측면에서 발전했지만, 사전예방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평가서 부실작성여부 판정 및 처분성 부여 등을 통한 평가서 신뢰성 강화, 협의 단계 전 과정에서 검토의견 및 협의 관련 검토기록(ROD)의 즉시 공개 및 환경영향평가서(최종본)의 작성 등 투명성 강화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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