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건 외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 미쳐

[환경일보] 올해 네 번째로 진행된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에서 부산, 세종, 대전, 대구 등 대도시 아이들의 행복도는 높은 반면, 경북, 충남, 전남 등은 상대적으로 낮아 도농 간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최초로 시설, 위탁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아동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시설 내 아동과 한부모 가정 등은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학생은 학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친구들과의 놀이, 영상 시청 등 원하는 활동을 할 때조차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세종, 대구 등 대도시 아이들의 행복도가 농촌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구호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제4차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를 통해 시도별 삶의 질 종합지수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17개 시·도 초3, 초5, 중1등 총 1만 650명을 설문조사한 이번 연구에서 부산 아동의 삶의 질은 모든 영역에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세종시는 2위에 올랐다.

조선업 불황으로 경기가 어려워진 울산이 지난 조사(2015년) 2위에서 11위로 큰 폭으로 하락하며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순위를 보였다. 지난 조사에서 16위로 최하위였던 전북은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 경기에 이어 8위로 약진했다.

부산이 처음으로 1위에 올랐고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세종시는 2위를 차지했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건강, 행복감, 교육 등 불평등 심화

아동 삶의 질 종합지수(Child well-being composite index)는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6개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종합지수 상위권 시·도들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반면, 하위권 시도들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는 곳에 따른 불평등이 건강, 행복감, 경제적 상황, 교육, 인성 등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시·도간 아동 삶의 질 격차는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자립도와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높은 지역은 삶의 질도 높게 나타났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삶의 질 15위), 강원(14위), 경북(17위)은 올해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밖에 문화·예술·스포츠 관람 비율도 아동 삶의 질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문화 인프라가 적은 농어촌 지역 아동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연구의 책임 연구자인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아동의 삶의 질에는 경제적 요인 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재정자립도와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높은 지역이 삶의 질도 높았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조손·한부모 등 삶의 질 낮아

매년 4000명 이상 발생하는 가정 밖 보호 아동은 물론, 빈곤과 조손·한부모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 아동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양육시설 및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초3, 초5, 중1 전체 733명의 삶의 질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 형태 (양부모 비(非)빈곤, 양부모 빈곤, 한부모·조손·기타 비(非)빈곤, 한부모·조손·기타 빈곤, 양육시설, 가정위탁 등 6가지 유형)에 따른 아동의 삶의 질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시설보호 아동과 한부모·조손·기타 빈곤 가정(복합 위기)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용, 공감, 사회적 능력 등 바람직한 인성과 관계 영역에서 시설보호 아동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아동은 물질적 상황, 건강, 주관적 행복감 영역이 특히 낮았다.

시설보호 아동과 한부모·조손·기타 빈곤 가정(복합 위기)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연구를 진행한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선숙 교수는 “시설보호 아동은 시설에 오기까지 가정해체, 빈곤, 보호자와의 분리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며,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사회적 편견 등 부정적인 경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처럼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사회적 발달의 어려움을 현재의 가정 밖 보호체계에서는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가정 밖 보호아동을 위해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이 추가로 충분히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사무총장은 “조손·한부모 가정이면서 빈곤을 겪고 있는 복합위기 가정 아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 가정 아동이 사회적인 편견, 더 나아가 가정해체 등을 겪지 않고 가정 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도록 정부가 우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 잠깐의 휴식에도 죄책감

한편 2016년 17개국을 대상으로 한 아동 삶의 질 국제비교조사에서 한국의 중 1 아동은 전반적 행복감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시간 사용과 자유시간 만족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심층 조사를 위해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36명을 대상으로 시간 사용과 자유시간 만족도에 대해 초점집단면접(FGI)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조사에 참여한 거의 모든 학생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자유시간 만족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간혹 학업을 게을리 하거나 몇 시간 휴대폰을 사용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었으며 친구와의 놀이, 영상 시청 등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해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자유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청소년의 시간 사용 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재진 교수는 “자유시간의 절대적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므로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시간관리 훈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학업이 최우선이고 여가는 시간낭비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건전한 놀이의 가치를 인식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여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청소년수련관 등 지역사회 내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