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인터뷰

[외교부=환경일보] 오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릴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를 앞두고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6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더 이상 심각한 지구의 오염을 지켜볼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임명된 최초의 대사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미래세대뿐만 아닌 현 세대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현 세대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라 말했다.

방콕에서 열린 기후변화 협상 추가 세션에 수석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온 유연철 대사를 만나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과 COP24에서 논의될 주요 이슈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서효림 기자>

개도국의 롤모델로 발전한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법 시사점 커

1987년 외무부 생활을 시작으로 환경부 국제협력관을 역임한 유연철 대사는 주 제네바 유엔사무처 및 국제기구 대한민국 대표부 차석대사로도 일했다. 기후변화대사로 임명되기 전에는 쿠웨이트 대사로 2년 간 재임하면서 교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유 대사는 쿠웨이트 대사를 지내면서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트 오일(Post Oil) 시대에 대비해 쿠웨이트는 석유의 정제를 보다 깨끗이 하고 가스의 비중을 높이며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산유국의 꾸준한 준비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꾸준한 수입국인 우리의 대응 방법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응법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개도국에 있어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Q.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각 국의 협력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2015년 파리협정 타결 이후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에 대한 세부 이행지침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 기후변화 협상은 통상적으로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당사국총회 개최로 1년에 공식적으로 두 번 협상을 진행하지만 금년은 당사국들이 세부 이행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시한이기 때문에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 한 번 더 추가세션이 열렸다. 방콕에서 열린 추가세션에 우리나라는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 과기부 등 범정부 대표단을 꾸려 참석했다.

기후변화 논의와 관련하여 피터스버그 기후대화(Petersberg Climate Dialogue)와 기후행동 각료회의(Ministerial on Climate Action, MoCA)도 국제적 협력방안 중 하나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는 2009년 메르켈 총리 주도로 시작된 기후변화 관련 비공식 각료급 대화채널이다. 기후행동 각료회의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이후, EU, 캐나다 및 중국이 주도해 기후변화 협상에서의 리더십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개최한 주요국 간 비공식 회의이다. 지난 6월 각각 독일 및 벨기에에서 열린 제9차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와 제2차 기후행동 각료회의는 기후변화대사 임명 후 첫 번째로 참석한 기후변화 국제회의로 주요국간 협상 의제별 입장을 공유하고 협상 진전 방안을 모색했다.

각 국은 양국간․다자간 협력의 틀을 활용하여 협상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고 기후변화 관련 각 국의 국내정책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Q.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국의 노력은 지구의 온도를 지키기에 충분한가? 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A. 유엔환경계획(UNEP)이 매년 발간하는 “2017 배출량 간극 보고서(The Emissions Gap Report 2017, 2017.10월 발표)에 따르면, 현재 배출량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가 3℃ 이상 증가할 수 있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 보다 훨씬 아래로(well below) 유지하여야 한다는 목표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각 국은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아래로 유지하고, 1.5℃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국제사회의 규범이며, 감축, 적응, 투명성, 재원, 기술, 역량배양을 주요 분야(6 pillars)로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노력이 더욱 필요한 분야는 감축과 적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도국의 감축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원 및 각국의 자발적인 감축공약을 점검할 수 있는 투명성 체계가 필요하다.

Q.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총회에서 채택될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A. IPCC는 전세계 과학자가 참여하는 평가보고서를 5~7년마다 발간하며, 이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정부간 협상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의 1.5℃ 상승에 따른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첫 번째 공식 보고서로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주기(2015-2022) 시작 이후 처음 발간되는 특별보고서이다.

이전까지 IPCC 제5차 평가보고서(2014)를 비롯한 기존 보고서는 2℃ 상승 시나리오를 다뤘는데, 금번 IPCC 특별보고서 1.5℃는 2015년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IPCC 측에 요청한 1.5℃ 목표의 영향 및 감축 경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Q. 오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논의될 주요이슈를 전망한다면?

A.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되는 COP24에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지침을 도출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노력할 것이며 그 핵심이슈는 ‘재원’이 될 것이다.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파리협정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이를 국가들이 실제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6개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모든 당사국이 합의하는 세부 이행지침을 COP24에서 도출해내야 하기 때문에, 카토비체에서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분야에 있어 각국별․협상그룹별 이해관계와 입장이 다르지만, 국가별 상황과 서로 다른 역량을 고려하기 위해 개도국에 어느 정도로 유연성을 부여할지 정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이루어지느냐, 선진국이 지원책임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가, 특히 재원 마련과 활용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파리협정의 합의를 도출하면서 개도국은 감축 관련 행동(action)을 선진국과 함께 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제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해 재정지원(financial support)으로 답을 할 차례다.

한편, 이번 당사국총회에는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도 예정되어 있다. COP24에서는 탈라노아 대화의 정치적 단계가 진행돼, 각국 고위인사들이 감축 의욕(ambition) 상향과 관련된 세 가지 질문, 즉 현황(Where are we?), 목표(Where do we want to go?), 수단(How do we get there?) 관련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다.

Q. 우리나라의 COP24 대응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다면?

A.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며, 1.5℃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COP24에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지침이 도출된다면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를 달성할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이행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되어줄 것이다.

정부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융합한 정책 추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정부의 국내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지침에 따라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 공약한 2030년에 BAU(Business-as-usual, 예상배출량) 대비 37%를 감축한다는 기여(국별결정기여,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달성하기 위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2018.7월 수정․보완) △배출권 거래제 시행(2018.7월 제2기 할당계획 수립) △에너지 전환 정책(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증가 등)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다.

기후행동에 따르는 비용은 ‘지출’ 아닌 ‘투자’

유연철 대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였으나, 미국의 주(州) 정부 및 주요기업들은 파리협정과 국제사회의 기후행동에 참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we are still in)했다고 설명하면서 “파리협정 이후의 기후행동 참여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 수 있겠으나 이는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저탄소 경제로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나라가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대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외부적으로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했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본부의 소재국임과 동시에 IPCC 의장을 배출한 국가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량 등 내부를 살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 인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 오너들의 인식 전환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그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지금 당장 비용이 들지만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통한 한·중·일 협력 기대

기업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시장 매커니즘을 통한 탄소배출권의 거래가 활발해져야 한다. 유연철 대사는 탄소배출권 거래 2기의 특징으로 ‘해외 감축량의 인정’을 꼽았다. 아울러, 아시아 최초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 유상 할당으로 전환된 3%를 모든 기업이 다 배출하면 최대 1700억원 수입이 예상된다. 유 대사는 “이 자금은 중소기업, 유상 할당 업체의 감축 설비 지원 등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에 재투자돼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중국이 2019년에 전국단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용시킬 예정”이라 말하며 한·중·일의 협력을 기대했다.

인간의 행위로 발생한 기후변화
해결방법은 인간의 행동 변화에서 찾아야

지속가능한 발전 위한 기후변화 전도사 될 것

그는 기후변화문제가 미래세대뿐만이 아닌 현 세대의 문제라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를 덮친 폭염, 가뭄 그리고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가 초래한 기상이변은 이미 경제, 건강, 사회권 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유 대사는 “기후변화 현상의 80% 이상은 인간의 행위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라 말하며 “인간의 행위에 의해서 발생된 것은 인간의 행위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에 책임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기후변화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 정의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적응하는 것 모두가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유 대사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감축 대응과 마찬가지로 적응 대응과 관련해서도 통합적인 적응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제적 예방 조치와 더불어,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통합적 적응 대책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각 부처 간의 의견을 한 자리에 모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연철 대사는 최근 일회용컵·빨대 줄이기 캠페인의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민의 인식제고를 위한 ‘기후변화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한국에 거는 기대치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대사는 “앞으로 가능한 시기에 북한과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을 주는 기후변화 대응책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대담 중인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왼쪽)와 유연철 기후변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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