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지구와사람, 생태문명 국제컨퍼런스 2018 열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 모색

[파주=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포럼지구와사람(대표 강금실)이 생태전문가 100여명을 초청해 주최하는 생태문명 국제컨퍼런스 ‘2018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이 10월12일 경기도 파주 지지향호텔에서 시작됐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긍정적 분위기가 감도는 현 시점에서 생태문명과 평화의 장을 마련하고, 생태문명 속 지구환경보호, 사회적경제 등을 점검해 보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존 B.캅(John B. Cobb Jr.)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교수, 데이비드 코튼(David Korten)The Living Economies Forum 대표, 원테준(Wen Tiejun) 중국인민대 교수, 송 티안(Tian Song) 북경사범대 철학과 교수, 케이지로 수가(Keijiro Suga) 일본 메이지대 교수 등이 함께했다.

강금실 포럼지구와사람 대표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축사를 전했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10월12일 오후 3시 오프닝으로 막을 연 컨퍼런스는 포럼지구와사람 강금실 대표, 경기도 이화영 평화부지사, 경희대 조인원 총장 등이 참석해 환영사를 전하며, 최근 지구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국방부 ‘열돔’, 강원도 ‘홍수대란’ 등의 지구온난화 사례를 제시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생태계를 대량 훼손해 온 인간이 초래한 현상으로 많은 학자들은 향후 10년, 수년 내에 위험상황이 닥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멸실 지구’ 도래를 야기하고, 이는 정치·경제·사회적 대혼란을 가져오는 대재앙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지구인들은 자의적 해석 관점인 ‘탈진실의 세계’를 살고 있다며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런 지구환경 위기상황 속에서 최근 한반도 내 교류협력 분위기에 힘입어 한반도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새로운 생태문명 시대의 도래를 이끌어 가기 위해 열린 다자주의적 시각에서 논의를 진행해 보고자 마련됐다.

제1세션에서는 ‘우주의 한 점 지구,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대담이 이뤄졌다. 강금실 대표가 사회를 맡고 존 B. 캅(과정사상연구소 공동설립자) 공동대표, 이재돈(카톨릭대) 겸임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강금실 포럼지구와사람 대표가 '우주의 한 점, 지구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질문하고 있다.

강금실 대표는 최근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이 사회 전반의 주를 이루는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성장중심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미래 생태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존 B. 캅 대표는 이에 대해 기후변화 생태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이 없다면 현 상황에 대한 문제해결 가능성도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과학기술이 가진 순기능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술은 ‘부’를 좇는 데만 급급한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교육제도조차 그간 ‘부’를 좇는 데만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GDP(국내총생산) 등 경제적 관점에서만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GDP는 시장활동의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기준으로 인간의 근본적 삶의 질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존 B. 캅 교수는 또한 교육제도와 정부의 이러한 관점은 모두 변화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환경문제 극복에 대해 국민들이 국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지방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적극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라 전했다. 중국의 경우도 ‘생태문명’을 국가적 차원에서 주창하며 이를 모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 역시도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환경이 곧 생태문명이란 관점을 토대로 책임감을 갖고 변화해 나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돈 교수는 환경문제에 교육기관이 책임의식을 갖고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동안 근대사회가 ‘인간’을 강조하는 면에 초점을 맞춰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연’은 소흘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현대사회의 모습은 그러나 근대사회가 추구해 온 목표와도 다르게 인간 중심도 아닌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아이러니함을 전했다. 또한 근대사회와 함께 등장한 민주주의마저도 인간만을 위한 세상을 강조해 자연을 훼손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래사회는 ‘사람·생명·생존’ 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포괄적 정치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현 시점에서 ‘생태문명’에 대한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술이 자본을 쫓고 있는지 공동 질서를 위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파괴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명을 비롯한 모든 분야가 바뀌어야 한다며, 학계 역시 진정한 학제 간 연구수행이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2세션에서는 ‘문명전환기, 생태문명론의 구상과 새로운 주체’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표와 상호토론이 이어졌다.

최선호 위원(한국천주교주교회 생태환경위원회)이 사회를 맡고, 이경민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이규 교수(뉴욕시립대 철학과), 박태현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경민 교수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를 주제로 인간중심주의의 가장 큰 잘못은 자기충족, 자기만족, 자기통제라는 착각들이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가 인간임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극복하면 충분히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 뉴욕시립대 철학과 교수가 '거시와 미시 사이 : 일상의 재정립'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규 교수는 ‘미시와 거시 사이: 일상의 재정립’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한국 속담을 통해 화두를 제시했다. 

이 속담은 결국 서로 간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언급하며,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에 대한 관점 역시 하나하나가 모두 연결된 사고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환경문제를 재설계해 나갔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잊고 자연에 대해 소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인간은 소유하고 있다고 여긴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플라스틱 빨대쓰지 않기’ 운동 사례를 제시하며,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환경적 재앙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위한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고 ‘연결 분리적 사고’에 대해 지적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구법학과 지구법 : 도전과 기회-주체의 친교와 자연의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태현 교수는 ‘지구법학과 지구법 : 도전과 기회-주체의 친교와 자연의 권리’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우리들이 환경문제 극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생태대(생태문명)’와 ‘기술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인간과 지구의 상호증진을 꾀하는 ‘생태대(상호협력)’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세션의 마지막 순서로 발표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상호토론을 진행했다.

발표에 이은 전문가 상호토론에서는 비판과 해체라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극단화 탈피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인간은 지능적 존재이므로 충분이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10월13일 ‘문명의 시스템 전환을 위한 지구시민의 노력’을 주제로 데이비드 코튼(David Korten) The Living Economies Forum 대표, 원제준(Wen Tiejun) 중국인민대교수의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또한 ‘생태적 경제시스템의 모색’을 주제로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잭 윌쉬(Zack Walsh) 독일 포츠담 IASS 연구원,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발제를 이어갔다.

이어 14일에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리더십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주제로 앤드류 스와츠(Andrew Schwartz) Toward Ecological Civilization 디렉터, 쩌허 왕(Zhihe Wang) 중국 후현대발전연구원 디렉터, 켄 키타타니(Ken Kitatani) Forum 21 Institute 대표, 윤정숙 녹색연합 대표가 함께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발표 이후에는 이번 ‘생태문명 국제컨퍼런스 2018’에서 모색하고 논의한 가치를 한데 모은 ‘생태적 전환을 위한 파주선언’ 채택을 마지막으로 행가사 마무리됐다.

<사진제공=포럼지구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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