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유없이 직원 1인 모니터링, 비판 여론 거세지자 게시판 폐쇄 계획

[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지난 8월24일 제19호 태풍 솔릭을 앞두고 기상청 예보가 수시로 바뀌자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 등을 게재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모두 기상청에 의해 삭제됐다.

기상청이 최근 5년 동안 홈페이지에 시민들이 올린 글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삭제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해당 게시판은 내부 공유는커녕 직원 1명에 의해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이로 인한 각종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기상청은 해당 게시판을 아예 없앨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시 원미구을)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다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8월까지 기상청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민 글을 삭제한 건수는 총 26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된 글들을 보면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에 대해 비판하는 글들이 대다수였다.

지난 4월 A씨는 자유토론 게시판에 ‘기상청 뇌물 폭로 글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게시판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B씨는 자유토론 게시판에 ‘기상청 민원이 너무 어렵다. 여러분의 생각은?’이란 글을 올렸고, 이 역시 같은 이유로 삭제됐다.

또한 기상청의 오보를 비판하는 ‘오보청’, ‘구라청’ 등의 단어가 들어간 경우도 기상청은 통보 없이 삭제 처리했다.

기상청 홈페이지는 ▷자유토론 ▷날씨체험수기 ▷칭찬과 격려 ▷지식샘 등 총 4개의 게시판을 공무원 1명이 전담해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삭제여부는 내규를 통해 판가름한다.

삭제기준이 되는 내규는 특정단체나 특정일 비방, 영리목적, 욕설·음란물 등의 경우가 해당하지만 사실상 직원 1명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다보니 기상청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별도 경고 없이 삭제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건실한 제의나 요청마저도 전혀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게시판 의견은 상부에 별도 보고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4개의 게시판은 별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에 곧 폐지할 예정으로 국민들은 홈페이지에 링크(연결)된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라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그동안 날씨 오보뿐만 아니라 인력전문성 등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고, 기상 오보로 인해 직접적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관점에서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설훈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공기관에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로 더욱 보호받아야 함이 마땅하다”며, “게시판 이용자의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삭제해 온 다른 공공기관의 관행을 개선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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