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전국연맹, 동아시아 평화 민간 역할 모색···17개국 석학·평화 활동가 등 250명 참가

[문경=환경일보] 김영동 기자 =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2018 세계평화대회’가 10월30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개막했다.

‘2018 세계평화대회’는 오는 11월2일까지 인천과 강원도 철원,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YMCA전국연맹(이사장 김흥수)이 주최하고 2018 세계평화대회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분쟁을 넘어 평화로’, ‘평화는 공동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으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막식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일본, 캄보디아, 팔레스타인 등 17개국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 평화와 관련한 각 분야 석학들과 해외 평화 활동가 22명 등 250여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세계평화대회 조직위원회 김흥수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한국인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에서의 평화문제는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의 화해와 상생문제를 토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통일운동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져 왔다”며 “이번 세계평화대회에서는 한반도에서의 화해와 상생 문제를 정부의 역할보다 민간단체의 역할, 시민사회의 역할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축사를 통해 “3.1운동 100년을 앞둔 지금 한반도 민은 다시 민에 의한 평화, 민이 만드는 평화를 외치고 있다”며 “이번 대회가 100년 전 이 땅에 주권을 세웠던 선조들의 염원을 이어 이 땅에 진정으로 민에 의한 평화와 자유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상 메세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의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는 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그들(북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평화를 위한 일에 오늘의 핵심은 미래이지 과거가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연대가 더욱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화여자대학교 장윤재 교수를 좌장으로 한 발표에서 ‘세계사적 흐름에서 본 동아시아의 분쟁과 치유, 화해·상생의 역할과 민의 역할’를 주제로 강연한 데이비드 세터화이트 교수(David Satterwhite, 템플대학교 일본 캠퍼스)는 강대국의 오만함을 지적하면서 “전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국의 미래는 한국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남한과 북한이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는 ‘공동 운영 기관’설립을 제안했다.

동북아 평화센터 김영호 이사장은 ‘한국 100년 평화의 염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주제 강연을 통해 “3.1운동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의 자극으로 일어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 필리핀·베트남·인도·이집트의 독립운동,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동북아의 평화는 한반도에서 시작된다”며 “내년에 남북이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은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에 이어 미국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 평화운동에 시민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시킬 것인가 등 참여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통한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에는 ‘동아시아와 한반도 역사 화해와 치유, 상생을 위한 평화문화’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는 독일과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갈등과 민간의 역할을 돌아보고 해결점을 찾고자 마련됐다.

독일 사례 발표자로 참여한 게르하르트 라인(Gerhart Rein)은 ‘동·서 독일 간 갈등과 화해 치유를 위한 민간의 역할’를 주제로 동독에서 라디오 특파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 통일 과정을 전했다. 또한 통일 후 새로운 민족주의, 인종주의가 나타난 독일의 현재 모습을 전하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야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평화를 건설하는 사람들’를 주제로 아일랜드 사례를 발표한 존스턴 맥매스터(Jonston McMaster) 박사는 종교 경험의 맥락에서 “수세기에 걸친 그리고 진행 중인 최근의 폭력과 갈등을 아일랜드 교회가 평화 건설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자 한다면 교회는 함께 사회적 화해의 신학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로지니 네이더(SAROJINI NADAR)는 ‘화해의 정치학: 페미니즘의 육체 해석학을 통해 상처받은 육체 다시 새기기’를 주제로 현대 남아프리카의 크웨지가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뒤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는, 법원이 성적관계는 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무죄로 풀려난 사례를 예로 들며 “크웨지는 어떤 정치적 음모의 희생자가 아닐까?”라고 말하면서 “누구의 육체가 지워지고 암묵되어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숙제를 남겼다.

맥스 에드거(Max Ediger)는 ‘사회적 변혁에 있어 소외된 사람들의 역할 비전 세우기’를 주제로 베트남, 방콕,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한 경험을 전했다. 소작농과 빈민 공동체, 난민과 함께해 온 미국인 맥스 에드거는 “소외된 사람들이야말로 평화 건설의 중심 주체”라고 강조했다.

발표 후에는 미국 정책연구원의 존 페퍼(John Feffer), 일본 히로시마 조가쿠인 대학(広島女学院大学) 전 총장인 히로미 나가오(Hiromi Nagao), 러시아 정교회의 스테판 이검노브(Stefan Igumnov), 중국 애덕재단(Amity Foundation)의 장 징화, 세계생명평화포럼의 김용복 의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어 참여자들과 발표자 간에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31일 참여자들은 ‘역사 화해와 치유, 상생을 위한 민간의 평화 만들기’, ‘평화체제와 평화 문화 구축을 위한 과제와 역할’ 두 가지 주제 아래 11가지 세션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 ‘한반도 평화 체계 구축과 문화·스포츠 교류, 평화 문화 확산’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워크숍을 마친 이들은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로 이동해 한국전쟁의 참전국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는 평화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난 30일부터 서울 광화문 북편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세계시민평화문화축제’를 11월1까지 연다. 현장에는 국제적 문화운동 단체인 ‘빵과 인형극단(The Bread & Puppet)’을 비롯해 국내외 예술 단체의 설치 미술이 전시돼 있다.

11월 1일 오후 2시에는 세계평화대회의 의미와 성과를 전하는 기자회견과 세계평화대회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2018 세계평화대회’에 참여한 18개국 250명 명의의 실행 계획서를 발표한다. 이어 시민과 함께 광화문 일대를 행진할 예정이다.

250여명의 참가자들이 30일 진행된 주제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30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2018 세계평화대회 개막식에서 세계평화대회 조직위원회 김흥수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30일 첫날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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