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VOCs 안전한 수준”… 제조업체 자체조사 결과 대신 발표

[환경일보] 식품의약약안전처가 12월13일 생리대에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위해우려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피해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로 구성된 정례협의체가 자체 조사한 VOCs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며, 전년도 대비 최대 검출량이 생리대는 66%. 팬티라이너는 65%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VOCs와 프탈레이트 등 일부 물질의 함량과 인체영향을 계산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안전’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여성들이 호소하는 피해증상을 외면한 것이며, 생리대 사용 시 생리대에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포함된 여러 가지 독성물질에 동시에 노출된다는 점과 생리대 내 유해물질 외에 다른 기타 노출원과 노출경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물질에 대한 위해도 노출평가 및 안전역 수치 확인으로는 여성들이 실제 입는 피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피해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이를 토대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생리대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자체조사 결과를 정부기관이 나서서 공인된 결과인 것처럼 대신 발표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식약처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정부기관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예비조사와 엇갈린 결과

생리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식약처는 사실상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환경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예비조사)와도 상충된다. 예비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생리통 증가(19명, 54.3%) ▷덩어리 혈 증가(13명, 44.8%) ▷생리양 감소(14명, 38.9%) ▷가려움증 증가(4명, 33.8%) ▷생리혈색 변화(5명, 31.3%) 등이 나타났다.

환경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예비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자칫 생리대의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왜곡될 여지가 있어 부처 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오는 12월20일 생리대민관공동협의회를 통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최종 결과 발표에 대한 논의 및 본조사 로드맵 작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생리대민간전문위원들은 식약처와 환경부가 생리대 예비조사결과와 관련해 건강피해 결과 축소를 시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선상에서 식약처가 먼저 생리대의 일부 유해물질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은 생리대 역학조사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환경부가 최근 생리대민간전문위원회 차원의 협의 없이 중재연구 등을 누락한 채 용역사업을 발주한 것은 환경부가 형식적인 역학조사로 문제를 넘어가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실이 각 부처가 생리대 안전성과 여성건강을 지키기 위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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