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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2년 남은 기후변화대응, COP24는 뭘 남겼나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 협상 타결. 진전된 감축목표 제시 못해 비판받기도

제24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4) 선진국 위주 협상 진행으로 진통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 협상 타결, 진전된 감축목표 제시 못해 비판

지난 12월2일부터 15일까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24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진행됐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카토비체의 역설 : 화석연료의 중심지에서 파리협정을 완성하다

[폴란드 카토비체=환경일보] 오동재 객원기자 = 밖을 나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밤새 내린 눈이 공기 중의 먼지를 쓸어갔지만 그새 도시를 다시 덮은 스모그로 인해 뿌연 하늘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속되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한국보다 더 심한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여긴 24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4)가 열리는 폴란드 카토비체다.

폴란드 카토비체는 석탄산업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도시로, 심각한 대기오염 피해를 겪고 있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폴란드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폴란드는 전력의 8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주요에너지 공급의 5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폴란드의 33개 도시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오염된 대기상태를 가진 상위 50개의 도시에 포함되는 등 대기오염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토비체는 광산과 석탄산업이 발전하면서 성장한 폴란드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다. 카토비체는 아직까지 개별 집의 난방부터 대규모 전력까지 화석연료로부터 의존하며 심각한 대기오염의 피해를 겪으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이다.

이번에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COP24는 파리협정의 세부이행 지침을 채택해야하는 중요한 총회였다. 파리협정은 채택되자마자 당사국들의 의지로 1년여 만에 발효됐다. 연이은 2016년 마라케쉬에서의 COP22에서 당사국들은 2018년까지 파리협정의 세부지침 협상을 끝낼 것을 약속했고,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왔다.

협상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은 여러 의제들에서 충돌했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강화된 보고체계를 요구했고, 개도국은 더 많은 유연성과 역량배양,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이행지침 협상의 마지막 해인 올해 당사국들은 5월의 부속기구회의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해 지난 9월 방콕에서 추가적인 세션을 이어갔다. 그마저도 많은 진전을 보지 못해 12월 3일 시작하는 총회를 하루 앞당겨 2일 시작했다. 지금까지 협상이 많은 난항을 겪은 터라 협상장에 도착하자마자 접한 폴란드 카토비체의 공기는 필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COP24 참가를 위해 협상단과 옵저버들이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과학자들의 메시지 - 12년 남은 지구

협상장에서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의 채택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던 이슈가 있었다. 바로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의 1.5°c 특별보고서다.

파리협정을 채택하며 당사국들은 IPCC에 2018년까지 산업화 이전 평균온도 대비 1.5°c 온도상승 시의 영향과 1.5°c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배출경로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invite)했다.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을 2°c 미만으로 줄이고 1.5°c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IPCC의 과학자들에게 요청한 것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이 COP24가 진행되는 2주간 발행한 소식지 ECO. ECO는 2주간 IPCC 1.5°c 특별보고서를 바탕으로 '12년 남은 지구'를 소식지 첫 기사의 머릿말로 제시했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IPCC는 파리협정 당사국들의 요청에 답했고, 지난 10월 1.5°c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균온도의 상승을 2°c로 제한했을 때보다 1.5°c로 제한했을 때 생물다양성, 빈곤, 해수면 상승, 극한기온 등의 현상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과학적인 시나리오가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1.5°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순배출량 0을 달성해야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COP24는 IPCC 1.5°c 특별보고서가 발간된 후 개최된 첫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다. 그만큼 협상장의 분위기는 IPCC 1.5°c 특별보고서의 내용을 국제기후협약의 과정에 반영하고, 당사국들의 더 많은 감축목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COP24 대회의장 앞에서 협상단과 옵저버들이 회의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COP24 개회식, 2주 협상의 불길한 전조

12월 3일, 카토비체에서의 공식적인 총회가 시작됐다. COP은 매년 개회식에서 의장단을 비롯한 여러 고위급 인사들의 연설을 듣는다. 수차례의 고위급 연설이 예정돼있어 총회를 찾는 협상단과 참관인, 경호인력들이 뒤섞여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가 회의장 전반에 걸쳐 느껴졌다. 하지만 개회식에서부터 화석연료의 사용을 옹호하는 개최국 인사들의 발언은 들뜬 회의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12월 3일 공식적인 총회의 개회식이 진행됐다. 개회식이 진행된 대회의장엔 협상단만 입장할 수 있었고, 옵저버들을 위해 다른 대회의장에서 실시간으로 개회행사 중계가 진행됐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개최국 폴란드의 안드레아 두다 대통령은 개회식 연설에서 “향후 2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석탄이 아직 매장돼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석탄 사용은 모순적인 관계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어 “석탄의 효율향상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최근 온실가스의 배출증가를 보여준 폴란드의 국가인벤토리보고서(NIR)의 통계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한편 마르친 쿠르파 카토비체 시장은 “석탄의 포기는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석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녹색석탄기술센터(Green Coal Technology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COP22와 COP23의 개회식 행사에서 연단에 섰던 IPCC의장을 COP24의 개회식 행사에선 볼 수 없었다. 불과 두 달 전 1.5°c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COP에서 IPCC의 발언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IPCC를 위한 시간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아해 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넓은 공간과 부족한 시설이 초래한 불편

개회식에서 개최국 폴란드는 2주간의 원활한 협상과 참관을 위한 운영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회의장의 부대시설은 폴란드의 다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카토비체 시내엔 총회에 참가하는 2만 명에 육박하는 협상단과 옵저버들을 수용할 만한 컨벤션센터가 없어 여러 가건물을 세워 협상과 부대행사를 지원했다. 가건물들 덕에 공간이 많이 늘어났지만, 개별 회의장이 너무 넓고 방음이 안 돼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회의장마다 의제의 공동중재자(co-facilitator)가 “회의장이 커서 소리가 계속 울리니 마이크에 더 크게 말해 달라”고 요청하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한 당사국은 비공식회의(informal consultation)에서 “방이 커서 다른 당사국의 발언이 들리지 않는다”며 회의장소를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가건물들이 기형적으로 기존의 건물과 이어지면서 회의장간 이동거리가 늘어나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의제별 비공식 회의(informal consultation)가 진행됐던 회의장. 회의장이 너무 크고 방음이 되지 않아 원활한 협상이 진행되기 어려웠다.<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협상장의 크기는 늘어났지만,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화장실, 정수기, 테이블, 간이 의자 등의 부족으로 시민사회 참여자들과 회의가 없는 협상단들은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길거리에 앉아 회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복도에서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협상단의 모습. <사진 = IISD/ENB>

선진국 위주로 진행된 1주차 부속기구 실무회의

COP가 시작되고 첫 일주일은 부속기구 실무회의가 이어졌다. 파리협정 실무작업반(APA), 이행 부속기구(SBI), 그리고 과학기술자문 부속기구(SBSTA)에서 부속기구별 의제들에 대한 회의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협상의 전반적인 흐름은 선진국 위주로 흘러갔다.

부속기구 실무회의에서 의제별 협상은 공동주재자(co-facilitator) 등에 의해 진행된다. 공동주재자는 회의장에서 당사국들의 의견을 종합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협상문서(iteration)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제들에서 첫 협상문서가 선진국의 의견만을 반영한 채 만들어져 회의장에서 개도국 협상단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부속기구 실무회의가 진행됐던 1주일간 협상문서가 1-2번 갱신되는 과정 속에서도 개도국의 주장은 많이 반영되지 않았고, 당사국들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의장단 주재하의 협상으로 논의를 넘겼다.

늦어지고 늦어지고.. 2주차 의장단 주재 협상

협상 2주차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의장단의 주재 하에 회의가 진행되면서 옵저버에겐 회의가 공개되지 않았고, 의장단이 제안하는 협상문서도 목요일이 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지막 폐회식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토요일 오전 잠정적으로 '예정 중인 회의 없음(no meetings scheduled)'가 표시된 안내게시판.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결국 협상은 제때 끝나지 못하고 미뤄졌다. 회의가 종료돼야할 금요일이 됐지만, 폐회식은 총회 일정을 연기한다는 공지도 없이 계속 미뤄졌다.

수차례 폐회식 일정이 연기됐고, 어느덧 24시간이 지나 토요일 오후가 됐다. 옵저버와 대표단이 뒤섞여있는 대회의장에선 “중국 대표단이 월요일로 귀국행 비행기를 미뤄 협상이 일요일까지 연기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고위급 의장단 관계자는 “폐회식이 일요일 정오쯤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제3세계네트워크(TWN)의 한 옵저버는 “대부분의 협상의제에 대해선 당사국들이 합의했지만, 파리협정 이행지침 중 시장메커니즘과 관련해 브라질이 지속적으로 이중계산 허용을 이유로 협상을 반대해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루 넘게 지연된 폐회식 행사가 마침내 시작됐다. 주변에선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단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 채택, 절반의 성공

저녁 9시가 좀 넘었을 때, 협상이 마침내 끝나고 폐회식이 시작됐다. 협상이 완료된 의제들이 채택됐고,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은 하나의 패키지로 한 번에 통과됐다.

투명성체계에서 당사국들은 많은 합의를 이뤘다. 파리협정 하 당사국들은 투명성 체계를 통해 감축, 적응 및 지원 노력에 대한 결과보고를 하고 검증을 받아야한다. 지금까지 분리된 보고체계 하에서 보고 및 검증을 받았던 선진국과 개도국은 앞으로 공통의 보고체계를 기반으로 유연성을 부여받아 보고 및 검증을 받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개도국들의 감축노력 보고의무는 선진국의 기준에 맞춰 현재보다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 하의 투명성체계는 모든 당사국이 2024년 12월 31일까지 격년투명성보고서(BTR)을 제출하며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몇몇 의제들은 핵심 논의를 뒤로 미루거나 타결되지 못했다. NDC 추가 지침, 재원의제와 같이 선진/개도국 간 의견이 많이 갈렸던 의제의 주요 쟁점사항들은 원론적인 지침을 재확인하거나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추후에 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시장메커니즘의 협상은 브라질의 반대로 결국 타결되지 못했다. 시장메커니즘 의제는 1년 뒤 COP25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파리협정 세부이행지침이 채택된 직후 의장단과 대표단, UNFCCC 사무국은 축하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 = 오동재 객원기자>

‘환영’받지 못한 IPCC 1.5°c 특별보고서, 진전되지 못한 감축의지

개회식에서 느꼈던 불안함이 현실이 됐다. 1주차가 마무리 될 때 쯤 IPCC의 1.5°c 특별보고서 의제가 실무회의에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당사국들은 IPCC의 1.5°c 특별보고서를 환영(welcome)한다는 문구를 COP 결정문에 반영하는 걸 찬성했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의 국가들이 이를 반대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1주일간 추가적인 협상을 이어갔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진 못했다. 결국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IPCC 1.5°c 특별보고서의 때맞춘 제출(timely completion)을 환영(welcome)한다"는 문구를 결정문에 명시하는 것으로만 합의가 이뤄졌다.

IPCC 1.5°c 특별보고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1.5°c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인류가 겪게 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2°c 상승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줄어든다. 이를 위해선 2030년까지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수준으로 줄여야한다. 이는 2015년 당사국들이 제출하고 이행 중인 국가별 기여방안(NDC)보다 5배 수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2030년까지 12년 남은 지금, COP24에서 IPCC 보고서의 결과를 국제기후레짐에 반영해 더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할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IPCC보고서의 메시지는 제대로 담기지 못했고, 당사국들의 감축목표도 더 향상시키지 못했다.

* 자료출처 : IISD/ENB
http://enb.iisd.org/climate/cop24/enb/

오동재 객원기자  ohdongdo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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