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의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하루 2만8000톤 고품질 산업용수 공급
하수처리공정은 지하, 지상엔 주민편의시설 설치로 만족도 높아

[환경일보] 환경시설 설치는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시설의 경우 주민반대가 항상 뒤따른다. 이에 따라 현대의 환경시설은 경제성은 물론, 주민수용성을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하수를 재이용해 고품격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축구장과 체육관, 도서관 등을 설치해 환경성과, 경제성, 사회성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아산신도시 물환경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하수처리는 단순한 정화가 아닌 물의 재이용과 주민수용성이라는 두 가지 축을 만족시키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류지역 하수 → 하류지역 상수

한국수자원공사는 순환재인 물의 특성상 상류지역의 하수가 곧 하류지역의 상수가 되는 점을 감안해 하수도까지 관리하고 있다.

현재 10개 지자체 50개 하수시설(128만㎥/일)을 운영하고 있으며, 4개 지자체에서 7개 하수시설(15만㎥/일)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물부족에 대비한 하수재이용으로 안정적인 물공급으로 하수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하수도 투자사업(포항, 아산, 칠곡)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 하수재이용 공업용수의 83%를 공급(연간 6400만㎥ 가운데 5300만㎥)하고 있다.

아산신도시 물환경센터는 생활하수를 RO공정을 거쳐 인근의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산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자료제공=한국수자원공사>

이 가운데 아산신도시 물환경센터 재이용시설(시설용량 2만7000㎥/일)은 2016년부터 운영했으며, 국내 최초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해 반도체 제조용 산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아산신도시 물환경센터는 공공하수처리시설과 재이용시설, 주민친환시설을 갖춘 복합시설로,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한 생활하수를 RO공정을 거쳐 인근의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산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아신신도시 물환경센터 재이용시설은 민간투자사업 BTO 방식으로, 소유는 아산시, 시공은 삼성Eng, 운영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또한 2014부터 운영 중인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시설용량 10만㎥/일)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청소용이나 농업용수 등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하수처리수를 RO공정을 거쳐 공업용수로 재탄생시켜 포스코국가산단 등에 기존 공업용수에 비해 수질이 좋은 물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칠곡군 재이용시설(시설용량 1만㎥/일)은 한국수자원공사 최초의 하수재이용시설로, 기존 하수처리장에 하수재이용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하수처리수를 RO공정을 거쳐 인근 왜관지방산업단지에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하수처리과정이 밀폐됐고, 그마저도 지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하수처리장 하면 떠오르는 ‘악취’가 거의 없다는 게 특징이다. <사진=김경태 기자>

가정용 정수기 물보다 깨끗해

1700억원이 투입된 아산신도시 물환경센터는 하루 최대 4만5000톤의 하수처리가 가능하며 이 가운데 2만8000톤을 정화해 인근 산업단지에 산업용수로 공급한다. 4만5000톤은 아산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만명 가량이 배출하는 양이다.

공업용수라고 해서 수질이 나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막분리와 역삼투압 과정을 거쳐 정화된 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역삼투압 필터를 대규모로 설치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삼투압 과정을 거쳐 대부분의 불순물을 걸러냈기 때문에 미네랄 등도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번 끓여낸 증류수와 비슷하기 때문에 무색, 무미하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물이기 때문에 수돗물보다 더 까다로운 수질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역삼투압 과정을 거쳐 정화된 물은, 가정에서 정수를 거친 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업용수지만 상수도보다 까다로운 수질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김경태 기자>

거의 모든 하수처리과정이 밀폐됐고, 그마저도 지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하수처리장 하면 떠오르는 ‘악취’가 거의 없다는 게 특징이다. 

물환경센터 지상에 설치된 주민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 가운데는 이곳이 하수처리장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모든 하수처리공정은 지하에서 이뤄지고 지상에는 국제규격을 갖춘 축구장, 실내체육관, 도서관, 잔디공원을 만들었다. 

혐오시설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축구장과 실내체육관 등은 자리가 부족할 정도여서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하수를 재이용해 반도체 공장에 공급함으로써 수익성을 갖췄고, 물의 재이용이라는 측면에서 환경성도 만족시켰다. 아울러 혐오시설이 아닌 편의시설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어 수용성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모든 하수처리과정은 지하에서 밀폐된 상태에서 이뤄지고 지상에는 잔디공원, 축구장, 도서관, 실내체육관 등 주민편의시설로 채워졌다. <사진=김경태 기자>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시설에 비해 사업비가 2~3배 많이 투입된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지역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물의 재이용이라는 환경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하수처리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산업단지는 공업용수를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전체 수자원은 한정됐기 때문에, 대량의 하수를 공업용수로 전환함으로써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며 “전국 단위의 수도 시설계획과 연계를 통해 민간투자 유치 촉진 및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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