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해외사례·국내쟁점 등 전문가 토론
숀 버니, “미래세대에 고통 주는 심층처분 당장 중단해야”

[글로벌센터=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도 전인 선사시대 구석기 유물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독성을 배출하는 물질이 있다. 바로 핵폐기물이다.

 

핵폐기물은 50만 년 이상 최대 수백만 년까지 중금속 등을 배출하는 물질로 이는 우리나라의 공주 석장리고분 발견 시점보다도 더 긴 기간이다.

 

원전 위험성과 지속 가능 에너지 전환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 온 환경 전문가 숀 버니(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는 원자로 운영 후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그린피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등 환경단체들은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을 중심으로 3월25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는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현황과 시서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심층 처분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발제를 맡은 숀 버니 원전 전문가는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14개국에서 약 25만 톤에 이르는 양이 저장된 방사성 사용 후 핵연료는 상당수가 현재까지 발전소 내 냉각 수조에 그대로 보관돼 있는데 안전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고온 발생 가능성을 실제로 증명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 세계, 연간 1만2000톤의 핵폐기물 방출

 

세계적으로 현재 가동 중인 상용 원자로에서는 해마다 1만200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원자로를 전출력으로 가동하면 매년 9000톤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오고 있다.

 

그는 한국 원전 업계는 스웨덴, 핀란드 등의 좋은 사례를 중점 홍보함으로써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 어디에서도 핵폐기물 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한국, 원전 사고 발생 위험 높아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이를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대해 숀 버니 전문가는 “한국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현황을 보면 마치 사고가 나길 기다리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진 원자력 안전 연구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 냉각 수조 내에 용수 상실 시 붕괴열로 인해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 내 연료집합체가 공기·수증기에 노출되면 지르코늄 피복이 발열반응을 일으켜 수 시간에서 수 일 내에 폭죽 수준으로 불이 붙게 되며, 이로 인한 온도는 약 800~1000℃까지 오르게 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는 심층 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진압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며 오래 전부터 경고해오고 있다.

 

특히 연료 랙이 빽빽이 설치된 국내 고리 3호기 수조의 경우 화재 발생 시 평균 540만 명, 최대 2430만 명을 대피시켜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심층처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 2016년 고준위방사능폐기물 관리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숀 버니 전문가는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먼저 오는 2053년부터 지층처분시설을 운영한다고 밝힌 정부는 2028년까지 처분장에 지하연구시설(URL) 부지를 선정하고, 해당 시설을 구축해 2042년까지 실증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2035년까지 처분장 내 중간저장시설을 구축한 후 처분장 운영 개시 전까지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며, 불가피한 경우 소내 임시저장시설을 활용할 방침이다.

 

더불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처분을 위한 해외시설을 사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숀 버니 전문가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심각한 위험 없이 사용 후 핵연료를 관리하는 안전한 방법을 증명해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방사성 폐기물 저장 방식으로 택한 심층처분에 대해서도 그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라 비판했다.

 

그는 “심층처분은 폐기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 감추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부지 시공·관리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수백 년간 큰 위험에 노출됨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 무기한 고통을 주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니터링 없이 도입할 경우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며 “한국은 탈원전 및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통해 연간 수천 톤에 달하는 사용 후 핵폐기물 발생을 멈춰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핵폐기물 리스크 최소화 정책 필요

 

프랑스의 경우 당국에서 원자력 규제를 위해 고밀도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자체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 네바다주 유카마운틴에서는 정부가 나서 핵폐기물 저장 시설 설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 환경법원은 지난 2018년 고준위핵폐기물 저장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독일 역시 보수 정권이 집권 중임에도 현재의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탈원전을 선언했다.

 

숀 버니 전문가는 “핵폐기물 문제는 현재 완벽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정책 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핵폐기물, 원자력, 지속가능 에너지는 모두 공동 추진할 과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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