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영향조사 결과 공장 가동이 암 발생에 영향···20일 최종 결론

지역주민들은 KT&G가 담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고열고압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발암물질이 생성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광화문=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인근 비료공장 가동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주민 80명 중 주민 30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이미 17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마을주변 산 중턱에 공장을 차린 ㈜한국농산이 유기질비료를 만들기 위해 원료로 사용한 연초박(煙草朴)뿐만 아니라 주원료를 고열로 쪄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생한 각종 가스와 폐기물에 발암유발물질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검토한 결과 인근 비료 공장 가동이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는 연구결과를 12일 환경부 자문회의에서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 용역은 환경부가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실시된 것이다.

환경부는 최종 자문회의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 가동이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함께 환경오염피해구제제도 적용이 가능한지 등을 최종 결정해 20일 개최할 예정인 주민설명회 때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환경오염피해구제는 환경오염피해 인과관계의 개연성이 있을 경우 사업자 원상회복 및 배상책임이 있으나, 원인자가 무자력자일 경우 환경부가 구제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연초박 성분으로 인해, 지역 주민 및 이를 관리하는 공장관리자는 암 발병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또 지역 주민들이 암 투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마을 전체가 실험 대상인가

지역주민들은 KT&G가 담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고열고압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발암물질이 생성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예컨대, 고열고압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오수 등은 물론 연초박 그리고 완제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G 주식을 10.01%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4월30일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KT&G에 '비재무성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즉각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송운학 상임대표는 "가습기살균제를 통해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부분도 모자라 이제는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기업과 이에 허가를 내주는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KT&G의 최대 주주로서 경영진 스스로가 기업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KT&G에 대한 요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국가가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송운학 상임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한편 익산시는 용역결과를 토대로 장점마을 주민들과 시민,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 (유)금강농산 사업 부지를 매입하고 향후 환경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한 원광대병원이 집단으로 암이 발병한 장점마을 주민들을 위해 각종 의료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히고, 13일 원광대학교병원, 장점마을대책위원회와 주민의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익산시는 건강영향조사가 완료되면 이를 근거로 주민건강 검진을 통한 사후관리와 주변 환경오염 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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