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가로수 철거하고 보행로 줄여 노상주차장 조성
시가지 정비와 도심상권 활성화 명분··· 예산낭비 논란

[문경=환경일보] 김영동기자 = 문학의거리에 문학은 없고 자동차만 있다.

문경시가 시내 구 도심상권인 기차역 앞 편의점에서 점촌새마을금고까지 180m 구간을 ‘문학의거리’로 조성하면서 기존에 식재돼 있는 수령 20여년의 가로수 은행나무 30그루를 전부 철거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정비 사업을 살펴보면 전선 지중화로 전봇대를 없애고 이곳에 식재된 은행나무는 베고 보행로를 줄여서 노상주차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단지 주차난 해소와 시내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벌이는 사업이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로수 대신 산딸나무, 연산홍, 회양목 등을 식재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그늘이 없는 거리가 만들어져 이 또한 문학의거리와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상주차장을 위해 폭 2m50㎝인 보행로를 1m50㎝로 줄이면 너무 좁아서 보행자가 불편을 겪게 된다. 문학의 거리를 만든다면서 사람이 아닌 자동차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문경시의회 탁대학 의원은 10일 문경시의원 협의회에 참석한 해당 공무원에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구가 뜨거워져 우리나라 사계절이 사라지는 상황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어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고 아울러 청정문경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계획이냐“며 해당 공무원을 질타했다.

이어 탁 의원은 “이곳에 92면의 주차장을 조성해 바로 옆 구간에 조성된 문경 문화의거리와 문학거리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또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문학거리는 가을엔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독서를 즐기고 시를 읇조릴 수 있는, 쉼이 있고 여유로움이 있는 거리로 조성해 전국 최고의 명품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경시 관계자는 “시가지 정비와 구 도심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계획했다”며 “다시 신중히 검토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문학의거리 조성을 위한 1차 사업인 전선 지중화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영동기자>

이곳에 거주하는 상인과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한 상인은 “노상주차장 조성은 상권도 살릴 뿐만 아니라 주차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시민은 “문학의거리라고 하면 문학이 있어야 하고 쉴 수 있는 공간과 그늘도 있어야 하며 낙엽도 있어야 한다”며 “가로수를 베고 보행로를 줄여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곳의 또 다른 상인은 “그늘이 있고 낙엽이 있는 거리는 좋은데 은행 열매의 구린 냄새와 나무가 너무 높이 자라 간판을 가려 불편하다”며 “키가 낮은 다른 나무로 바꿔 주던지 아니면 전지 작업이라도 자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노상주차장 조성을 위한 문학의거리라면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좋다. 이런 사업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학의거리는 총사업비 23억원을 투입해 전선 지중화사업, 도로 아스콘포장, 보행로 블록포장, 식물식재 등에 투입되며 2020년 4월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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