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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의 떡갈나무 혁명⑩]
기후금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단상

[환경일보] 헝가리 경제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그의 책 『거대한 전환』(1944, 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허구상품으로서의 이자, 지대, 임금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자본주의문명이 미래의 구매력으로부터 이자를, 생명활동으로부터 노동을, 자연으로부터 지대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허구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적인 허구상품의 극한에는 생명보험이 있다.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형이상학적인 영역도 사회적 가치로 버젓이 통용하는 것이 생명보험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후위기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19년 5월에 발표된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정책보고서》에서는 인류멸망이 최악의 경우에는 30년 내로 이루어질 수 있고 직접행동으로 나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10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의 멸망과도 같은 위기의 상황은 형이상학적이고 심지어 종교적인 영역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인류문명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은 고민이 깊다. 탄소소비를 아끼고 감축하고 관리하려는 소소한 실천 이외에 할 수 있는 영역은 없을까를 늘 되묻는다. 그런 점에서 허구상품의 극한에 있는 생명보험이 자기 자신의 삶의 영위와 보장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허구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미래세대의 생존과 지속가능성까지도 고려한 허구상품으로서의 기후보험을 상상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후금융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UN 산하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과 같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특화기금이 있지만, 우리의 삶과는 거리가 먼 국제적인 기후펀드의 일종으로 간주돼 왔다. 한국사회에서의 기후보험(Climate Insurance)에 대한 논의 역시도 농어촌에서의 기상재해에 대한 보상보험의 논의로 몇 개의 논문이 나와 있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보험회사의 경우에 기후와 같은 전반적인 환경변화나 자연재해에 관련해서는 보험의 보상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상황은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인위적이고 탄소배출에 따른 문명이 만든 현실임은 분명하다. 즉,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시장과 연동된 기후금융의 중요성이 여기서 대두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자신의 생산시설에서 대규모 탄소배출을 한다면, 그것은 기상재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그 기업이 기후펀드에 사회책임투자를 하고 기후금융을 조성해야 할 의무를 함께 갖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기층시민의 삶의 영역에서도 기후보험은 자신의 세대 내에 돌려받을 수 있는 보상의 의미보다는, 다음세대에 대한 삶을 보장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이 역시도 아직 기초적인 아이디어나 단상 수준이며, 더 많은 제도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일단 기후금융을 통해 조성된 기후펀드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적응에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대적인 민간차원에서의 투자기금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에 진행될 에너지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더불어 각종 자연재해와 재난, 폭염 등에 대한 민간 차원에서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도 쓰일 수 있다. 또한 기후난민에 대한 지원과 후원, 기후난민국제기구 설립, 제3세계에 대한 기후적응이나 라이프라인 설비 구축을 위한 종잣돈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후위기를 직접 마주치게 될 미래세대에 대한 삶의 보장의 의미이다. 즉, 미래를 대비한다는 보험 본연의 임무와 마찬가지로 미래세대에게 소득, 자원,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적응을 위해서 현재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미래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의 경로를 개척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민들은 아직까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육아와 교육 등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로부터 벗어나 미래세대가 직면할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것으로 문제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이 기후금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후금융의 운영주체는 민관협치, 즉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매우 절박한 상황에 봉착해버린 미래세대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녹색 전환과 에너지 전환, 문명의 전환을 위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됨으로써, 우리의 미래세대와 청소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사회와 지구에 남겨주는 참으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구와 미래세대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로 기후금융의 역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후보험은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필요와 환경, 삶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래투자의 관점에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철저히 개인의 삶의 영위와 보장을 위한 기존 보험과는 현격한 차이점을 갖는다. 보험 자체는 칼 폴라니가 말했던 허구상품의 일종이지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후보험을 통해 다음 세대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가상실효적(virtual)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미래는 약탈하고 미리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며, 그렇다고 종말론자들의 생각처럼 미리 운명이 결정된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미래는 지금 창안되고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후금융의 미래를 개척할 제도적 상상력을 촉구해 본다.

* 참고 사항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정책보고서》 : ‘생태적지혜’ 홈페이지 -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정책보고서’ 참고

편집부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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