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감과 책임을 통한 궁극적 해결 필요성 제기

[환경일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약칭: 특조위)의 지원소위원회(위원장 황전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생생한 피해사례를 엮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기록 –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하 기록집)’을 발간했다.

이 책은 특조위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기여할 목적으로 제작된 첫 발간물이다.

기록집은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부제로 ‘1. 좋은 줄 알았지, 2. 고통은 자란다, 3. 우리가 잃어버린 것, 4.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네 파트로 구성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게 된 계기부터 고통을 겪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12명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전문가 3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공감과 책임을 통한 궁극적 해결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생생한 피해사례를 엮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기록 –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하 기록집)’을 발간했다. <자료제공=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책의 1부에서는 좋은 줄 알고 썼던 피해의 시작점에 관한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권유하던 사회 분위기 등을 다뤘다.

2부에서는 자책·증명·울분 등 소제목별로 피해자에 대한 인터뷰 글로 구성했고, 피해 사건 이후 사회가 유발한 고통, 사회가 책임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고통의 크기 등을 다뤘다.

그리고 3부에서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다양한 측면 중 현재의 정서, 심리적 고통을, 4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심정, 버티려고 애쓰는 현재의 삶, 어떤 원동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뤘다.

유례가 없는 사회적 울분 사례

책의 1, 2, 3부에는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부됐다.

1부에는 박동욱 교수(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현대사회가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생활화학제품 등의 관리가 허술해지고 어느 과정과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르는 위험이 분산된 사회라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능동적 개입’과 ‘충분한 근거’를 기다리는 대신 사전에 예방하는 ‘사전주의 원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2부에서 유명순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을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유례없는 사회적 울분 사례로 보았다.

피해자가 느끼는 울분은 개인의 정신·심리적 이상이나 위험을 넘어, 정부의 관리책임과 기업의 윤리적 책임이 부재하고 실패해 사회가 유발한 울분으로 표현된다.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이분들이 충분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며, 세상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린 이분들을 어떻게 도울까 우리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3부에서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정한 공감은 참사에 대한 지성적 이해, 참사가 벌어진 사회현실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필요하며,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훈련과 ‘시민적 덕성(citizenship)’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붕괴시키는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실태를 알리고, 피해자와 그 가정에는 ‘사회적 공감과 위로’를, 정부 및 공공부문에는 ‘피해자 지원방식의 전환에 대한 모색’을 촉구하고, 일반시민에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참사에 대해 무엇을 함께 공감하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기록집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 낙인 두려워

기록집 발간 기념 특조위 주최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기록집에 참여한 5명의 피해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 기획자 및 작가 등이 참석해 발간 소감 등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기록집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피해자 서영철 씨는 “처음 책이 나온다는 생각에 설렘도 있었지만 막상 책을 읽으니 너무 담담하게 기술돼 있는 것 같다”면서 실제로 피해자의 실태는 훨씬 더 적나라하고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책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하영림(가명)씨는 “오랫동안 피해인정을 못 받고 있고, 그간의 민원 등을 통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을 믿지 못하게 됐다”며 “특조위를 포함해 진짜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돼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추준영 씨는 “기록집 제의가 들어왔을 때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아이가 사회적 약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지만, 참여를 통해 아이한테 최소한의 용서를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70년, 80년 고통 받을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정부를 비롯해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손수연 씨는 “처음 기록집 제의에 흔쾌히 응했지만 책의 제목만 보고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모두 같은 마음의 피해자로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특조위에서도 남은 기간 동안 피해자들과 소통하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문제해결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록집 발간을 기념해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자료제공=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권리 지키기 어려운 사회

서민정 기획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고, 직접 겪지 않은 아픔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가능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기록했으며, 고통을 울부짖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피해자의 이야기를 우리가 귀를 열고 들어야 하고, 이 기록이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자의 아픔을 알려주는 시작점이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한 최새롬 작가는 “이분들이 오랜 시간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희망도 잃고, 울분도 느끼지만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는 힘, 원동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며 “피해자분들이 주체적으로 싸워 만든 변화의 움직임에 우리가 어떻게 동참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욱 교수는 현재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과거 사례가 없는 경우 경제적 이익에 따라 생산되고 이로 인해 의도적·비의도적 피해자가 나타나게 되면, 몰랐던 위험으로 인한 피해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국가의 대응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피해자들이 개인영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있어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번 기록집은 가습기살균제참사를 기존의 백서와 달리 신선한 시점에서 기록했으며 전문가들이 많이 읽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이번 기록집 발간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더 나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 피해자들의 고통이 빨리 해결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감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불어 피해지원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반 시민들에게 기록집이 많이 읽히길 기대하며, 가습기살균제참사로 인한 아픔과 사회적 해결에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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