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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권 제도 정비 ‘통합물관리 출발점’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물 이용 둘러싼 갈등 조정
수리권 독점적 이용 배제···“누구나 물 사용료 내야”
국회물포럼(회장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0년 통합물관리 시대, 환경부 정책과 예산, 무엇이 달라졌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이채빈 기자>

[국회=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정부가 올해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통합물관리 예산을 처음으로 집행한 가운데 하천을 포함한 공공용수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리권’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박사는 지난 18일 국회물포럼(회장 주승용 국회부의장) 주최로 열린 ‘2020년 통합물관리 시대, 환경부 정책과 예산, 무엇이 달라졌나’ 토론회에서 ‘통합유역관리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박사가 지난 18일 국회물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통합유역관리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지난 2018년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는 고질적인 지역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 물 관련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4대강 유역별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환경부도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통합물관리 예산을 편성했다. 이를 포함한 환경부의 올해 물 관련 예산은 4조9000억원이다. 이는 환경부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52%)을 차지한다.

늘어난 조직과 예산에도 통합물관리를 위한 여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그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나누어 물을 관리해 왔으나 2018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분산된 관리체계가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 예산 낭비와 규제 중첩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최동진 박사는 “유사 물관리계획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전국단위 계획과 유역단위 계획 중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또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과 중복되는 계획은 폐지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을 평가할 때도 관리 주체별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유역수자원계획, 대권역물관리계획 등 계획의 단위별로 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국가계획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계획은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계획을 심의하게 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하천기본계획이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하천은 모두가 이용하고 보전해야 할 자산으로, 합리적인 질서를 확립해 정당하게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하천 물 이용자 대부분이 하천을 공짜라고 생각하며 물을 마구 사용한다. 최 박사는 “누구나 물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대규모 기업형 농업용수마저 물값을 면제받아 하천관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물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수리권 관리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 모

이러한 물 관련 중요 현안을 해결하려면 수리권의 관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수리권이란 물을 이용할 권리다. 수리권 정비는 유역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물의 사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낙동강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과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 보상 문제도 수리권에서 비롯됐다.

그는 “통합물관리의 출발점은 수리권 제도의 정립”이라고 강조하며 “수리권 제도가 잘 정비돼 있으면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물 이용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권의 독점적인 이용을 배제하고, 거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물 이용의 권리를 사유화하거나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수리권 제도 정비 방안으로 하천 유지유량 고시제도 개선, 하천수 사용료제도 개편, 물정보시스템 확립을 제안했다. 우선 하천수 사용료제도 개선과 유역 물관리 재원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에서 징수하던 하천수 사용료를 유역 차원에서 징수함으로써 유역재원으로 활용하고 ▷하천수의 사용자가 똑같은 기준에 따라 하천수 사용료 혹은 취수부담금을 납부한다. ▷합리적 부담금 산정기준도 설정해 기득수리권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고 ▷장기적으로 댐용수와 하천수 사용료를 통합해 단일화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체 물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수리권 관리체계의 개편이다. 용수별 사용료 산정기준을 보면 생활용수는 1톤에 52.7원, 발전용수는 1만톤에 63.3원, 농업용수는 10만톤에 63.3원이다. 최 박사는 “농업용수는 아무리 많이 취수하더라도 사용료가 부과되지 않아 지하수와 하천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과도한 사용 역시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농업용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물을 얼마나 취수해서 이용하는지 알아야 하고, 수요와 공급량을 고려해 이용자별로 적절하게 이용량을 배분·허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리권 통합관리가 이뤄지려면 사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용량에 대해 적절한 물값을 부과해야 한다. 물의 경제적 가치가 인정돼야 물을 절약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물의 용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최 박사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선 하천정보시스템의 통합이 시급하다. 최 박사는 “정보의 통합관리 없이 통합물관리는 없다”며 “신뢰성 높은 통합 물정보시스템의 확립은 궁극적으로 통합물관리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국가는 물 관련 개별법을 하나의 ‘물법’으로 통합해 법 내에서 구분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여러 부처에 흩어진 물 관련 개별법들을 하나의 법으로 정리하고, 수리권이 공간에 따라 구분되는 게 아닌 하나의 권리로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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