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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한국 양대 정당 기후위기 외면”4·15 총선 앞두고 주요 정당에 기후위기 공약 설문 조사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질문 답변 유보·회피

[환경일보]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등 주요 정당이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5% 안팎의 정의당만이 진일보한 기후위기 대책을 내놓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KBS와 함께 지난달 13~2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정의당(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 결과 지지율 5% 이상)의 당대표실과 정책위원회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정책 관련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린피스는 각 정당에 2050년 이전에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실현,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세 도입 등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한 질문 11개를 물었고 각 당 정책위는 이에 대한 답변을 순차적으로 보내왔다.

각 당의 정책위가 보낸 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과 통합당은 ▷기후비상사태 선언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여부 등 주요 질문에 확답을 회피하거나 유보했다.

민주당은 기존 정부 정책을 반복했고, 통합당은 원자력발전에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정의당은 기후위기 관련 주요 정책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실행방안 등 구체성을 보완해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당론으로 채택할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은 관련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통합당은 비상사태 선언에 공감하지만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는 확답하지 않았다.

또한 국제 사회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핵심 목표로 삼고 있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관해서는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고 통합당은 목표 수치를 정해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150개 환경단체 등 150개 비영리단체 소속 시민 4000여명이 지난해 9월21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는 액션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EU, 주요 정당에서 기후 대책 주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기후위기 정책을 외면하는 행태는 기독민주연합,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주요 정당들이 기후위기 대책을 주도하는 유럽연합(EU)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영국에서는 집권 보수당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넷제로(net-zero) 법’을 제정했다.

또한 영국 보수당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시점을 당초 204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도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그린뉴딜을 유력한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인정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그린뉴딜 공약을 내세우며 ▷기후위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 ▷100% 청정·재생에너지 경제 기반 구축 ▷2050년 이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등을 약속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와 조지 메이슨 대학교가 2018년 미국 유권자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64%가 그린뉴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전 세계적으로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침체에 빠진 경제를 재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양대 정당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기후위기 대응이 필수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 4000여명이 지난해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란 이름으로 기후비상사태 선언, 탄소배출 제로 정책 등 기후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화석연료 미련 못 버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리는 정책(3020 재생에너지 목표)를 조기 실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기존 정부 정책대로 추진하면 조기 달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통합당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을 양대 에너지원으로 삼아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설정하는데 부정적이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고, 기후위기 정책을 추진하는데 소요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인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은 생산비 증가로 인한 제조업 위축, 조세저항 또는 이중과세 우려 등을 내세워 부정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탄소세의 효과와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 있는 기업에게 우선 과세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는데 목적이 있다.

탄소세로 세금이 늘어난 만큼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낮추면 세수 총액은 늘지도, 줄지도 않게 조정할 수 있다.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한 뒤 201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6% 줄이고 경제는 78% 성장했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탈석탄 시점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과감하게 추가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통합당은 기간산업 형편과 주요 에너지원 간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화석연료 지원 축소에 대해서도 양당은 소극적이었다. 민주당은 당분간 화석연료 사용이 필수이며 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 영역으로 공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통합당은 특정 에너지원을 축소·확대하는 것은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접근이라고 반대했다.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국내 판매 금지 시점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판매 금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당도 판매금지 시점을 정하는데 동의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은 각국 사정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당 모두 판매 금지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넘은 글로벌 위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전기차 보급 추세를 반영해 보조금 예산을 확대하고 충전인프라를 직접 또는 민간 지원을 통해 설치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친환경 운송수단을 늘릴 법안을 발의했고 앞으로도 정책 제안과 법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의당은 두 정당보다 진전된 정책안을 내놓았다.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 동의했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을 40%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같은 해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밖에 2030년까지 경유차 완전 퇴출, 자전거 도로 10배 확충, 탄소세 도입, 전국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전기자동차 충전소와 태양광 발전기지로 전환하는 에코 고속도로 구축 방안 등도 제안했다.

이밖에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신규 주택·상업용 건물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제로화 의무규정을 강화하는데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기후변화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인 만큼 집권여당 민주당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진전된 기후위기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내 유권자들도 기후위기를 중요한 선거의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가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7.4%는 총선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나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응답자 88%가 각 정당의 기후위기 정책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고, 정당들이 기후위기 정책을 내놓지 않은 탓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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