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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예선, 사망자 바다 유기악랄한 노동착취 끝에 사망한 인니 노동자 바다에 버려
“불법어업 감추기 위해 어선원들 인권 함께 희생됐다”

[환경일보] 중국 어선의 악랄한 노동 착취, 인신매매, 죽은 선원의 바다 유기 등 현대판 노예선의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 4월19일 중국 따리엔오션피싱(Dalian Ocean Fishing Co., Ltd.)소속 선박들을 타고 온 인도네시아 선원 27명이 부산에 도착한 가운데 일부 선원과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태평양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노동 착취로 시작된 사망과 시체유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중국 참치 연승 선박 롱싱629호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 중 3명이 사망해 바다에 유기됐고 같은 선사의 배를 타고 부산에 하선한 한명의 선원이 사망해 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첫 번째 사망은 2019년 12월21일 발생했다. 사모아 부근에서 조업하던 롱싱629호 선원 세프리(SEPRI)는 45일 전부터 몸이 붓고 호흡곤란과 함께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선장에게 사모아 병원으로의 이송을 요청했다. 선장은 거절했고, 지속되는 강도 높은 노동으로 세프리는 사망했다.

두 번째 사망은 롱싱629호에서 롱싱802로 이동한 선원 알파타(Alfatah)였다. 2019년 12월27일 사망한 알파타 역시 45일간 세프리와 동일한 증상으로 숨졌다.

세 번째 사망자는 롱싱629호에서 티엔우8호로 이동한 아리(ARI)로 먼저 사망한 동료들과 같은 증상으로 17일간 고통 받다 숨졌다.

이들의 시신은 모두 사망한 당일 따리엔오션피싱 선사 소속의 선원들이 사체에 닻을 달아 바다에 수장시켰다. 바다에서 사망해 수장된 이들의 당시 나이는 각각 24살, 19살, 24살이었다.

Tianyu 8호 수장 장면. 바다에서 사망해 수장된 이들의 당시 나이는 각각 24살, 19살, 24살이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모든 책임은 본인 몫’ 불공정 계약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확보한 이들의 계약서에 따르면 “외지에서 마주하는 리스크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은 모두 본인이 책임지며, 본인이 사망했을 경우 선박에 가까운 지역에서 사체를 화장해 인도네시아 본국으로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는 불합리한 내용에 동의해야 선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계약 조항에는 “선원이 해야 할 일과 관계 없이 선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노예를 방불케 하는 조항도 있다. 무조건적 복종을 계약한 선원들은 선원들의 구타와 상어 조업 등 불법어업에 가담해야 했다.

어필 소속 김종철 변호사는 “사망한 선원 중에는 99년생, 2000년생 등 젊은 선원들로 원양어선에 승선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계약에도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겉으로 계약의 형식을 갖췄지만, 내용상으로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계약서는 선원과 중계업체, 선원과 선주 간 서명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선원과 중계업체 간 계약서는 홍콩, 대만에서 사용하는 번체자가 사용돼 있고, 선원과 선주 간 체결되는 계약서엔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간체자가 사용되고 있어 선원이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또한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중국어로 작성된 계약 내용과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계약 내용 일부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도착한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롱싱629호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들은 매일 18시간 이상 강도 높게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이들은 “바다에 있는 1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육지를 밟아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선원들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식수로 사용했으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바닷물을 정화한 염수를 식수로 사용했다. 일부 선원들은 중국 부선장과 고참 선원들에게 매일 폭행당했다.

이들의 임금은 중개업자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명목으로 삭감됐다. 다양한 명목의 삭감으로 선원들은 3달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계약상으로 월 300달러에서 400달러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선원은 하루 18시간의 고강도 노동을 하고도 일년간 받은 연봉이 우리 돈 약 15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증언과 확보된 영상에 따르면 롱싱 629호는 참치 연승 선박이지만 전문적으로 상어를 포획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하루 18시간 일하고 연봉 15만원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착취와 학대를 당하고도 배를 떠날 수 없다. 여권은 승선하자마자 빼앗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중간에 배를 떠나면 임금의 1/3 정도는 돌려받지 못한다.

게다가 귀국 비용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런 착취와 학대를 견디며 노동을 계속한 선원 중 일부는 결국 죽어서야 배를 떠났다.

한국 거주 인도네시아 어선원을 지원하는 장카르 카랏(Jangkar karat)의 아리푸르보요(Ari Purboyo)는 “롱싱629호 사건은 매우 조직적인 현대판 노예제이며 낮은 임금과 물리적인 폭력, 위험한 노동환경과 차별은 629호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 중에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망한 선원들의 시신이 적절한 장례 절차도 없었고 사인을 밝히지도 못한 채 바다에 수장돼 선원들과 유가족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전했다.

장카르 카랏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어선원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 정부가 어선원 노동협약(ILO C88) 시행이 필요하다”며 어선원 노동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롱싱 629호는 영상에는 백상아리의 지느러미를 잘라 분리하는 모습과 청새리상어를 건져 올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명백한 불법어업 증거 포착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증언과 확보된 영상에 따르면 롱싱 629호는 참치 연승 선박이지만 전문적으로 상어를 포획했다. 영상에는 백상아리의 지느러미를 잘라 분리하는 모습과 청새리상어를 건져 올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선원들은 “롱싱629호를 떠나기 전 상어지느러미가 담긴 상자를 최소 16박스 봤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상어지느러미 한 상자는 45㎏으로 모두 지느러미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배 한척에 담긴 상어지느러미가 0.7톤에 달한다.

롱싱 629호에선 백상아리, 귀상어, 청새리상어 등 멸종위기종 상어의 지느러미뿐 아니라 범고래붙이와 같은 해양포유류도 포획해 해체하는 영상이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 선원과 선주의 계약서에는 선원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도 선장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롱싱 629호에서는 멸종위기종 상어의 지느러미뿐 아니라 범고래붙이와 같은 해양포유류도 포획해 해체하는 영상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단순히 한척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매년 어선이 조업하는 과정에서 혼획으로 잡히거나 상어를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어선이 상어를 죽이는 양을 매년 약 1억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롱싱629호가 보관한 상어의 지느러미는 45㎏짜리 16상자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이용기 활동가는 “같은 선사 소속의 선박이 운반선을 이용해 어획물을 옮겼고 목적성 상어포획을 하고 있어 단순히 롱싱629호에서만 이뤄진 일로 볼 수 없다”며 “항만국 검색 시 적발될 수 있는 불법어업을 감추기 위해 어선원들의 인권이 함께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련에 소재한 따리엔오션피싱은 이번 사건에서 언급된 롱싱629호, 롱싱605호, 티엔우8호의 소속 선사로 총 31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망한 펜디(Efendi Pasaribu, 21세)는 부산에서 하선한 후 격리 중 4월26일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7일 사망했다. 부산의료원에서 사체 검사를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사망한 펜디(Efendi Pasaribu, 21세)는 부산에서 하선한 후 격리 중 4월26일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7일 사망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EJF) 등 시민단체는 한목소리로 “마지막 사망자를 부검해 억울하게 죽은 4명의 사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은 “해상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선원이 있으나 모두 수장돼 사인규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이 한국에 있을 때 보편관할권의 원칙(형법 제296조 2항)을 적용해 수사하고, 억울하게 사망한 선원들을 위해 인터폴 국제수사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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