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문제들 보완한 수량·수질 관리 대책 추진해야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됐다는 주민 신고가 이어지면서 수돗물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 신고는 인천에서 시작됐지만, 서울·경기·부산 등에서도 신고가 들어왔고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전국 49개 정수장에 대한 환경부 조사결과 인천 공촌·부평,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정수장 등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12개 정수장은 방충망 미설치 등 운영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435개 일반 정수처리장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후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수장들의 공통점은 숯의 일종인 활성탄을 수조에 깔고 물을 정화하는 방식인 활성탄지라는 사실이다. 여과지를 통과해 정수 처리된 물을 숯을 통해 한번 더 걸러 미량의 유해물질이나 냄새 등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다.

그런데 미생물을 이용한 세척을 하다 보니 활성탄지의 세척주기는 한 달에 한 정도로 다른 여과지 보다 세척주기가 길다. 그 과정에서 깔따구 같은 날벌레들이 알을 낳고 부화해 유충이 서식할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활성탄지 위에 뚜껑을 덮지 않고 방충망을 씌운 개방형이나 뚜껑을 덮은 밀폐형 모두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고 하니 관리상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깔따구는 모기와 비슷한 형태로 1㎝ 정도 크기의 파리목 곤충인데 유충은 작은 지렁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깨끗한 1급수부터 4급수까지 가리지 않고 서식해 수질오염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충은 일주일 정도 물속에서 서식하다가 성충이 되면 3~4일 정도 살다 번식하고는 죽는다. 한 번에 많은 수의 깔따구가 입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접촉하는 경우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을 앓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따뜻한 기온, 습한 환경 등 조건만 맞으면 단 기간 대량 번식이 가능해 기후위기 시대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환경부는 창문 및 출입문의 벌레 유입차단 설비 설치, 활성탄지 주변 물웅덩이 제거 등 정수장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설적인 문제가 확인되면 상수도 설계기준을 개선하고 고도정수처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활성탄지의 운영관리 세부사항도 지자체에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수돗물 불신해소와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물 전문가들은 노후 상수도관으로 인해 향후 발생 가능한 잠재적 문제들을 우려하고 있다.

수돗물 유충 사고는 국민에게 수돗물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로 인해 또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큰 비용을 들여 양질의 수돗물을 만들고도 대폭 할인한 값에 공급해왔다. 반면,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졌고, 절약해 사용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된 상황이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행동을 개선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투명하게 밝혀 개선하고, 기후위기시대 물 부족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절약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물 서비스는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소신있는 의견을 존중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량·수질 관리를 위한 관심과 투자, 국민이해와 협조 등 근본적인 대책수립과 개선활동이 시작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