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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내일로 시즌2-제주도편③] - 풍력발전소, 어디로 가시리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오지혁

[환경일보] 제주도는 바람의 섬이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서도 바람은 꿋꿋이 불어온다. 타지 사람들에게 억세게 느껴지는 언어, 주거, 문화 모두 그 영향을 받았다. 제주도 주민들에게 바람은 오랜 시간 동안 고난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거센 바람은 매우 유용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공기의 흐름을 전기로 바꿔주는 풍력발전기가 세워진다면 말이다. 이때 공공이 뒷받침된 사업은 마을 주민들과 이익을 나누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넓은 들판과 바다 위에서 회전하는 날개는 제주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상징한다.

에너지내일로 단원들은 한국 풍력발전의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전라도에서 제주도로 이동했다. 전망이 밝은 줄만 알았던 풍력발전 산업이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글은 ‘제주에너지공사’와 ‘가시리 풍력단지’에서 겪은 일화를 차례로 소개한다.

제주도, 에너지 공공성의 모델

제주에너지공사에 들어서자 건물 주변에 빽뺵하게 늘어선 차량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대부분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다른 팀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네네 박사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방금 도착했어요.” 이미 약속을 한번 늦춘 단원들은 걸음을 재촉했다.

위층에 마련된 회의실로 들어서자, 김동주 박사가 우리를 맞아줬다. 그는 2시간가량 열정 넘치는 발표를 통해 에너지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또한,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관련 법과 제도가 타 지역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2012년에 설립된 제주에너지공사가 지역의 몇몇 풍력발전 사업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에너지내일로 단원들이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김동주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제주도의 공기업 주도 재생에너지 확산은 2011년에 승인된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를 통해 본격화됐다. 이는 지자체가 풍력단지 입지에 대한 사전평가를 시행하는 제도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도지사가 허가한 20MW 이상의 발전소만 설치가 허용되고 있다. 연간 약 30억에 달하는 ‘풍력자원 공유화기금’도 공공성을 보장하는 주요 요인이다.

제주도의 에너지 자립은 ‘2030년 탄소 없는 섬’ 비전과도 맞물린다. 이 계획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보급)과 전기차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비전이 제시하는 목표치(2019년 대비 온실가스 1/3 감축)가 다소 미흡하며, 기존의 LNG발전소와 내연기관차를 전환하는 계획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은 2030년 목표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풍력발전소 설치 비중이 최근 급격히 감소했고, 이미 세워진 발전기는 계통연계 문제로 멈춰 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주 박사는 발표를 마치며 “지금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추후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미심장한 말을 염두에 둔 채, 에너지내일로 단원들은 이튿날 풍력단지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풍력단지를 품은 마을, 가시리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 가시리라는 마을이 있다.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2개의 풍력단지가 들어선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을 한편에는 SK D&D가 30MW급 풍력단지를 건설했고, 다른 한편에는 제주에너지공사가 15MW급 국산화 풍력단지를 관리하는 중이다.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자 총 23기의 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서 마주한 풍력발전기는 실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날개가 바람을 가를 때마다 ‘후웅’ 소리가 귀에 꽂혔다. 사진에서 보지 못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엄함도 느꼈다.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흰색 기둥들은 생각보다 마을 경관과 잘 어우러졌다.

제주 가시리 SK D&D 풍력단지의 전경

에너지내일로 단원들은 현장을 둘러본 후 SK D&D 관계자와 마을 이장님을 만났다. 발표를 들은 뒤에 질문을 쏟아내자 매번 구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풍력발전 기술, 사업 진행방식, 주민 보상체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가시리 마을의 주 수입원은 축산업과 관광이다. 실제로 풍력발전기 주변에서 소와 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과 경상북도 영양군처럼 농가와 풍력단지가 한데 모인 사례다. 또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유채꽃밭을 갈아엎었지만, 그전까지 매일 수백 명이 오갔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마을이 원래 모습을 간직한 채 풍력과 상생하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

물론 주민들이 모든 면에서 만족하는 건 아니다. SK D&D는 목장 사유지를 20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축산업계와 주민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때 임대수익과 한시적 보상금만 받는 대신 주민들이 풍력발전기에 지분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고 한다. 그 경우 풍력발전을 통해 나오는 꾸준한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위를 설명하는 이장님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풍력발전 기술에 관한 설명도 매우 흥미로웠다. 바람이 부는데도 발전기 몇 대가 멈춰있는 이유는 앞쪽 터빈을 통과한 바람이 갈수록 약해지는 ‘후류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방지하고자 발전기의 블레이드를 기울여서 회전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관계자는 “바람끼리 부딪치는 ‘간섭현상’을 줄이기 위해 발전기들을 직사각형 구도로 배치했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이외에도 설비가 고장 나거나 정비를 받을 때 회전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고 태풍이 불어올 때도 발전기의 최고출력이 넘어가기 때문에 속도를 급격히 줄일 필요가 있다.

최근엔 제주도 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점점 심해지고 있는 계통연계 문제로 인한 풍력발전기의 출력제한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듯했다. 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기 위해선 송배전망 정비 및 선진화 등 기술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의 바람은 어디로 부는가

제주도 전기의 약 14%는 풍력과 태양광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발전 설비가 급증하면서 풍력발전과 용량이 비슷해졌다. 그러나 최종 발전량을 비교해 보면, 태양광은 아직 풍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에너지 전환을 오로지 태양광만으로 실현할 수 없는 이유다.

가시리 SK D&D 풍력단지는 제주도에서 좋은 선례로 자리잡은 듯했다. 발전기와 마을 공동체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연간 72GW의 전기를 생산해 약 2만 가구에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창, 동복·북촌, 행원리 등의 풍력단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제주도가 공공주도 풍력발전의 성공적인 사례를 구축할 차례다. 정부는 10년 안에 전국으로 확대될 계통연계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고, 풍력발전 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면서도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제주도의 바람은 어디로 불 것인가.

<글 /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오지혁, 사진 및 자료제공=빅웨이브>

오동재 객원기자  ohdongdo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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