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해 우리나라 대도시 대기오염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최악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목 좋은 곳에 실시간 대기오염상황판을 걸어놓고 기준치 이하임을 강조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오염현황조사에 전혀 적합지 않은 곳에서 측정한 전시용 수치일 뿐이다. 그저 시민들 눈치나 보면서 어떻게 하든 시간을 벌려는 관료들의 안일한 태도는 이제 신물이 난다. 우리나라 대도시는 더 이상 대책마련을 미룰 수 없을 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경이다. 그동안 개발이니 경제니 하는 정책 때문에 국가예산책정 후순위로 밀렸던 환경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야만 하는 때다.
대기오염은 호흡기질환 등 인체피해와 생산성 감소 등으로 년중 천문학적인 피해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보고를 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기오염 특별대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오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디젤차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어 우려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디젤을 연료로 한 차량들이 휘발유 차량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체 등록차량 중 디젤차량은 66만여대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디젤 차량은 휘발유 차량에 비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디젤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현재 약 40% 정도 저렴하며, 자동차세도 연 6만5천원으로 휘발유 차량에 비해 낮다. 정부가 디젤가격을 내후년 7월부터 인상하는 등 상향조정 방침을 보였지만, 산업용 연료라는 특성때문에 가격인상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 측면에서 디젤은 절대 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젤의 환경오염 문제도 기술개발에 따라 개선돼 유럽지역에서는 휘발유 차량의 이산화황이 디젤차량의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디젤 차량을 권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차량은 유럽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환경적 측면에서도 휘발유 차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동차업계는 자랑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 환경친화형 신디젤 심포지엄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 수준과 전략이 소개됐다. 이들은 저공해 디젤 엔진의 획기적 기술개발로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상품성과 환경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주원인으로 평가돼온 디젤엔진이 업계의 기술개발노력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의 선례에서 처럼 수준 높은 디젤엔진 기술이 개발되지 않거나, 실제 적용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공공연히 ‘대기오염권’을 부여한 결과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어차피 휘발유차가 아닌 디젤차로 대세가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친환경적 디젤엔진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는 경유의 가격조절과 함께 경유차 등의 배출허용기준을 엄격한 수준으로 설정, 단계별로 강화해가며,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 시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업계에서 밝힌 바와 같이 디젤관련 신기술들이 경유차 오염물질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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