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앞으로 20년 안에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 재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농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며,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몇 개국은 이를 실제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가히 허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를 방불케 한다. 이쯤 되면, 머지않아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화석연료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프로젝트가 제안되어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영국에서 이미 보고가 나왔던 바 있다. 미국이 기후변화협약 가입 등의 문제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인데, 이번에 밝혀진 보고서가 미 국방부의 신뢰할 만한 연구책임자가 작성한 연구보고서라는 점과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은폐해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들 모두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빠르고 늦고의 시간에 대한 예측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도 20년은 너무 빠르지 않은가. 마치 암 진단이라도 받은 것처럼 마음이 두서없고, 맥이 풀린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정하고, 회피하려고 하고, 마침내 수용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우리나라 행정부는 이러한 보고서를 접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20년 후를 대비하자는 주장이 의제로 성립이나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으로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가 정부정책의 환경친화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보고서에서 예측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인 식량의 문제는 그간 우리가 무역의 논리로 접근했던 농업정책이 안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국가가 자국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결국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보고 있다. 땅이 있으나 경작을 배우지 못한 나라들, 식량생산을 줄이고 환금작물 주로 재배해 온 나라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사례에서 우리의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지 우려가, 이러한 식량부족의 위기를 세계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문제의 보고서에서는 그것이 핵무기의 개발과 이용, 결국은 전쟁이라는 사태로 치달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상황에서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예측하듯이 공멸의 길이다.
이를 타개하는 여러 과학적이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세련된 방법들이 많이 시도될 것이다. 그러나, 휘황찬란한 과학기술과 발전지상주의가 우리를 이러한 위기로 몰아넣었음을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늦었지만 가장 비효율적이고 경쟁력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이 이 위기를 치유할 수 있다는 공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고서가 예측하듯이 끔찍한 전쟁과 살육으로 지구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위해,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세계는 평화, 공존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죽임의 문화를 극복하고 살림의 문화, 살림의 정치가 가장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김은경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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