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반만년을 살아오면서 힘든 날이 왜 그리도 많았는지. 지정학적 특성상 수없는 외침, 일제강점, 민족의 비극, 분단 등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왔고, 또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또 새로운 시련에 직면해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가결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나라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대로, 또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움추린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답답한 한숨을 뿜어냈고, 그 덕에 엄한 술 소비만 늘었다.
탄핵가결 직후 고건 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하면서 국정에 공백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체감정도는 별개로 보인다. 연일 모여드는 군중과 시위, 인터넷 항의, 국회의원 규탄 등은 국민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 총리는 고위행정의 전문가로서, 대통령 권한 대행자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대형정책을 총리가 보고 받고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1월 재경부를 시작으로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건교부 등 9개 부처만이 업무보고를 끝냈고, 아직도 15개 부처가 금년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상태여서 더더욱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환경부의 경우 그 심각함은 더하다 하겠다. 노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환경단체들은 대통령에게 ‘환경서적’을 보내면서까지 대통령의 환경의식 표방과 실천의지를 집요하게 요구해왔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물론, 국정 전반을 조율하고, 정책을 결정해야할 행정수반으로서 환경만을 우선할 수 없음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환경정책 혹은 타 정책과 관련된 환경관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음은 이번과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지자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굵직굵직한 환경이슈들이 금년에도 여러 분야에 산재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는 이달 29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UNEP(유엔환경계획) 총회가 있다.
150여개국 정부대표와 세계무역기구, 유네스코 등 50여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대표등 1천명이 넘게 참석하는 제주 국제회의의 효과는 이번 탄핵의 여파로 인해 당초 기대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6년부터 10년간 범국가적 차원에서 환경보전을 진행하기 위한 ‘국가환경보전 10개년 사업계획’은 특히, 각 부처의 주요사업과 병행해 ‘살아있는’ 계획이 돼야한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간 인구, 산업, 경제, 토지 등 제반 여건의 변화전망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정책이 조율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바, 지금까지 중 실패했던 환경정책은 대부분이 경제, 산업분야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결과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중요한 사업계획이 대통령의 굳은 의지 없이 각 부처 이기주의를 초월해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계획으로서 수립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환경정책도 궁극적으로는 국민복지정책의 일환인 바, 국가가 안정되고 국민들의 복지와 환경 정책이 표류하지 않고 ‘함께 가는 내일의 대한민국’ 만들기에 각 부처는 모두 동참해야 한다.

편집국장 김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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