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 도입이 시작된지 벌써 10년째다. 발생쓰레기는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는 정부의 목적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이 당초 2015년에 종료될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최근 조사결과 2030년까지는 무난히 매립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향후 수도권내에 대규모 매립지를 조성할 만한 큰 부지가 없는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쓰레기 종량제 실시 후에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일 중에 하나는 길거리가 상당히 지저분해졌다는 것이다. 필자의 집 아파트는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큰길까지 걸어가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불법, 무단 쓰레기가 자주 눈에 보여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때로는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 속에 황금이라도 있는지 찢고 난리를 피우는 꼴도 자주 보는 편이다. 몰상식한 일부 국민의 행동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매월 쓰레기 봉투값이 한세대 보통 2∼3천원 정도로 알고 있다. 즉, 담배 1∼2갑 정도의 값인데도 불구하고 쓰레기 봉투값은 상당히 비싸고 아까운 모양이다. 아니면 쓰레기 봉투 구입이 힘들거나 슈퍼마켓 등으로부터 받는 봉투들이 아까워서 그냥 사용하는 것인지 하여튼 애로사항이 많은 것 같다.
작년에 한 대학연구소 조사결과에 의하면 종량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에 검은 비닐봉투 등이 보통 7장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도 슈퍼 등으로부터 받은 봉투들을 잘 활용하는 측면도 있고 한편으로는 화장실 휴지, 생리대 등 남에게 그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쓰레기들을 검은 비닐봉투 속에 넣어 버리고 싶은 생각에서 종량제 봉투 속의 풍성한 물자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곤 한다.
하여튼 쓰레기 종량제 실시 후 10년째를 맞이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필요한 새로운 연구테마(Theme)가 생기는 것 같아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 것은 사실이다. 한편, 대형 쓰레기의 불법투기도 이곳 저곳에서 사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누가 어느 빈터에 불법 대형쓰레기(세탁기, 텔레비젼 등)를 버리게 되면 그곳에 집중적으로 쓰레기를 버리게 되면서 곧 쓰레기 하치장이 되곤 한다. 며칠 간 관공서와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불가피하게 대가를 치르면서 깨끗하게 치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그 자리에 “이곳에 무단쓰레기를 버리면 벌금 또는 형사처벌 하겠다”하면서 엄중 경고와 함께 경각심을 주고 있다. 불법 무단투기 근절과 단속은 여간 쉽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도둑 한 사람을 열 명의 경찰관이 잡기 힘들다 보니 최후의 수단으로 TV, Camera를 설치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곳이 제법 생기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필자의 일화(逸話)를 소개해본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야채 쌈밥집에 자주 들러 식사를 하는데 쌈장, 멸치젓, 고추장 등이 너무 양이 많아 남은 것은 버릴 것으로 생각되어 환경오염과 너무 아까운 마음에 식당 사장님께 양을 조금씩 주었으면 좋겠다고 참견(?)했다가 돌아오는 말에 혼이 났다. 즉, 손님 식성이 다 틀려서 누구 하나의 입맛에 맞출 수가 없어서 나중에 더 달라하면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내가 잔소리를 한다고 귀찮은 존재였는가 보다. 그 후 그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주차할 곳을 찾아보고 있는데, 사장님께서는 나를 보더니 식당 내에 앉을 자리가 비어있는 데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다며 문전박대를 하셨다. 그냥 돌아 나오는 길에 씁쓸한 마음을 가지면서 다시 한번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만사를 실감하게 되었다.


김갑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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