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위기 인정하고 ‘감축과 적응’에 투자할 때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심각한 경고를 던졌다.

지구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된다면 2030년과 2052년 사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1.5도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극한 기온의 온난화, 호우 빈도와 강도의 증가, 가뭄 강도 또는 빈도의 증가 발생 등 여러 지역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평가했다.

작년 9월 발생한 호주의 산불은 올 2월까지 무려 6개월간 계속되면서 서울의 66배 면적을 태웠다. 코알라를 포함한 10억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죽는 등 엄청난 자연·인명피해를 유발했고, 1주일간 폭우가 내리고서야 간신히 상황이 종료될 수 있었다.

자연재해 없는 축복의 땅으로 불린 호주를 초토화시킨 이번 산불은 10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해 온 것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발화로 평가됐다.

미국 남가주는 지난 8월 고온과 산불, 코로나의 3중고를 겪으며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들을 보냈다.

산타 클라리타는 8월12일 부터 섭씨 38도를 넘기 시작하면서 거의 열흘 내내 40도를 넘는 폭염을 견뎌야 했다.

남가주 북단에서 정북 방향으로 약 21km 떨어진 호수 지대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자연화재가 발생해 서울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타버렸다.

남가주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6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1만 명을 넘겨 50개 주 중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든 현상은 인간과 자연에 치명적이지만, 특히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즉각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한 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품었다가 밤이 되면 방출해 최대 12도 정도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한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부실한 공중보건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열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739명이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속한 도시화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데 2050년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유엔은 예측한다. 직접적인 열기로 인한 사망자가 25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금도 약 10억명이 온열 스트레스를 겪을 위험이 있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매년 20일 이상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되고 있다.

열사병은 인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통 중 하나다. 탈수의 결과 다량의 발한과 구토, 두통이 시작된다.

심부 체온이 증가하면서 피부가 붉게 변하고 내부 장기가 망가지면서 두뇌가 정상 작동을 하지 못하고, 결국엔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올해 한국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겨울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더니 봄에는 이상고온·이상저온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예고됐던 폭염은 없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면서 54일 연속 최장기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한반도 곳곳에서 기후변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역별로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염려스러운 것은 내년 여름에도 폭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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